불면의 열매

by 그방에 사는 여자

'쩡' 소리가 나는 듯하다.

주렁주렁 매달린 불안의 열매들은 서로 부딪칠 것 같다.

럭셔리와 궁상맞은 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나 잠시 망설이게 한다.

좀 더 확연하게 드러나는 상태, 고요 속의 외침이나 텅 빈 충만, 차가운 키스나 너무 시끄러운 고독,

찬란한 슬픔이나, 군중 속의 고독 등의 단어들은 무자비한 햇볕에 노출된 주근깨 같다.

겹 바르고 발라서 감추고 싶지만 속절없이 드러나는 궁상맞은 상태는 밤을 잠식한다.



형광등을 환하게 켜둔 채 이불을 덮어쓰고 잠들었던 내 이십 대의 자취방은 여전히 누군가의 잠을 잠식하고 있으려나. 외로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잉여의 감정들로 뒤척이다 보면 설익은 밥처럼 새벽이 서둘러 밝아 오고, 버스 안에서 전철 안에서 머리를 연신 부딪치며

졸았지. 참으로 두렵고 궁상맞은 젊음이었어, 그 시절을 슬기롭게 넘긴 사람처럼 나는 지나간 가난을 전시하고, 견뎌낸 외로움을 포장한다. 어쩌면 나는 그냥 사느라 시간을 쓴 사람에 지나지 않을 터이다.



배 영한 작가는 빈 술병을 잘게 부숴 부엉이 모양의 샹들리에를 만들고

부엉이들 안에 등을 넣어 빛을 밝혔다.

작가는 뒷골목의 버려진 물건들을 주어다 작품을 만든다. 쓰고 버려진 물건들은 또다시 의미가 되었다.


럭셔리한 불안은 옷을 껴입고, 궁상맞은 불안은 혼자 꿀꺽 넘긴다.



엄마가 여든을 넘긴 연세에도, 막내딸인 자신에게 반찬을 챙겨 주려고 동동 거리셔서 이제는 미리 연락하지 않고 친정에 간다는

지인. 친정 엄마는 반찬을 못해줘서 몹시 서운해한다고 하는 그녀에게, 엄마의 사랑이 지극 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고 했다. 어린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고 한다.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도 한동안 자신은 데려온 아이인 줄 알았다고 한다.


다른 지인은 엄마가 아직도 오빠의 생일만 기억하고 자신과 여동생의 생일은 모른다고 말했다.

유자 막걸리를 마신다고 하니, 한 사람은 소주, 다른 이는 여전히 맥주를 마신단다.

그녀들의 술병을 주워다 럭셔리한 샹들리에를 만들어 볼까나?

별생각 없이 넘쳐흘러 전시되는 행복은 여전히 생채기를 내고. 불면의 밤은 열매를 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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