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을 맡으면 재채기가 나온다. 까맣게 내려진 커피에서 나는 향이 아니라, 원두가 그라인더에 분쇄될 때 나는 진한 커피 향. 고소하고 향긋한 향기를 피우며 공중으로 퍼져 나가는 커피 향을 맡게 되면, 가슴 밑에서부터 간질간질하는 기분이 들고, 온몸에 있는 공기를 모두 토해내는 것처럼 재채기를 하게 된다.
커피 향을 맡으면 콧 속 깊은 곳에서 찌릿하고 전기가 돈다. 그때부터 주위의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느껴진다.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 재채기 준비에 집중한다. 목과 승모근에 힘이 들어가고, 간질간질하며 코와 입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 공기를 서서히 빨아들인다. 폐가 비대하게 팽창하며 기운을 모으고, 어깨가 오래된 문을 개방하듯 서서히 들린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에 배가 등껍질까지 바짝 붙으며, 거침없이 한 번에 입과 코 밖으로 에-취 하고 재채기를 뱉어 버린다. 온갖 분비물과 온몸에 있는 모든 공기, 아침에 먹었던 토스트까지 뱉어 낼 기세로 재채기한다.
아무튼 이처럼 강력한 재채기를 만드는 원인이 커피 향이라는 것은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그걸 알 게 되었을 때가 소개팅 자리였지만.
소개팅을 했다. 그녀를 만나 파스타를 먹는 것 까지는 아무 문제없었다. 분위기도 좋았고, 그녀도 마음에 들었다. 그녀 또한 제법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그녀의 자연스러운 미소가 밝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는 느낌을 주는 인상이었다. 햇살을 듬뿍 받고, 세심한 관심 속에서 건강하고 푸릇푸릇하게 자란 식물처럼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부분에서 배려할 줄 아는 여유도 있어 보였다. 부족하게 자라온 느낌이 아니었다. 테니스나, 수영을 취미 삼아했을 것 같이 건강한 기운이 느껴졌고, 지그시 다문 입술과 말려 올라간 입꼬리에서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러니까, 아주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우리는 막힘없는 고속도로 위를 부드럽게 달리듯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커피 좋아하세요?” 나는 물었다.
“네. 맛있는 카페 있어요?” 그녀는 냅킨으로 입술을 톡톡 찍듯이 닦으며 대답했다.
그때 나와 그녀는 몇 번 만난 사이처럼 어색함이 사라져 있었다.
한적한 평일 오후, 카페는 한적했다. 음악이 조용히 흐르고, 햇살이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들어오고 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내심 아주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예상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모든 게 계획대로 순순히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나는 핸드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햇살이 은은하게 커튼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는 밖이 보이는 창문 방향으로 앉았고, 나는 그녀 뒤로 바가 보이게 앉았다. 바에서 바리스타는 여유로운 손짓으로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 침묵이 잠시 앉아 있었다. 그녀의 뒤로 바리스타의 모습이 보였다. 바리스타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라인더 스위치를 켰다. 위잉- 하고 그라인더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투입구 뚜껑을 열고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원두가 그라인더 날에 부딪쳐 분쇄되었고, 곧장 토출구에서 원두 가루들이 나왔다. 그리고 달콤하고 향긋한 향기가 공기를 타고 서서히 공중으로 밀려왔다. 내 얼굴 앞까지 날아왔다.
그 순간 간질간질 한 기운이 가슴 아래에서 들기 시작했다. 폐가 급격히 팽창했다 수축했고, 뒷목과 승모근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콧 속 깊은 곳에서 찌릿하고 전기가 돌더니, 무언가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내 배가 등에 붙어버릴 것처럼 바짝 쪼그라들면서,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에-취 하면서 뱉어냈다.
뒤늦게 손으로 가렸지만, 입과 콧속이 흥건했고, 손에 축축한 기운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