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말이지. 커피는 이렇게 내리는 거야.” 나는 말했다. 레인지 위에 주전자를 올리고, 물을 끓이고 있었다. 나는 테이블 앞에 서 있고, 테이블 위에는 커피 기구가 올려져 있었다. 커피 기구는 드리퍼와 머그잔. 드리퍼에는 노란색 종이필터가 꽂혀 있고, 그 속에는 커피 원두가 향긋한 향을 피우며 들어가 있었다. 드리퍼 아래로 머그잔을 받쳐 두고, 테이블 한편에는 스마트폰 타이머를 켜 뒀다. 주전자에 물이 끓었다. 나는 주전자를 들고 향긋한 원두 위로 뜨거운 물을 부었다. 길쭉하게 내밀고 있는 주전자 입으로 하얀 김과 함께 뜨거운 물이 떨어졌다. 원두가 적셔지면서 초코파이 빵 같이 부풀었다. 그리고 부풀어 오르던 표면이 갈라지면서, 틈새에서 부드러운 향이 피어올랐다.
커피를 다 내리고, 나는 커피잔에 커피를 채우면서 말했다. “어때. 쉽지? 이렇게 물만 부으면 커피가 만들어져.” 그러자 옆에 있던 녀석이 말했다. “왜 물을 부었는데 커피가 돼요?” 녀석은 양 손으로 커피잔을 움켜쥐며 향을 맡았다. “그건 말이지. 원두에 있는 커피가 물에 녹았기 때문이야.” 나는 최대한 쉽게 설명했다. “그런데 왜 커피가 물에 녹았어요?” 녀석이 곧장 물었다. “왜 커피가 물에 녹았냐고? 물은 원래 그래. 뭐든 녹여내거든.” 나는 대답했다. 그러자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시 물었다.
“물이 뭐든 녹여내요?”
“응. 설탕이든 소금이든. 뭐든 녹여서 삼켜버려. 커피도 그렇게 삼켜버린 거고.”
“커피를 삼키면 까맣게 되는 거예요?”
“응. 맞아.”
“왜 까맣게 돼요?”
“커피가 까만색이니까.”
“왜 까만색이에요?”
“음. 원래는 초록색인데, 불에 구우면 까맣게 변해.”
“왜 까맣게 변해요?”
“열에 의한 화학적 변화 때문이야.”
“화학적 변화?”
녀석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뜨거운 커피에 입을 가까이 대고, 후- 후- 불다가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물은 왜 끓였어요?” 녀석이 다시 물었다.
“뜨거운 물이 필요하니까.” 나는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대답했다.
“왜 필요해요?”
“물이 뜨거워야 하거든.”
“왜요?”
“물이 뜨거워야 커피를 더 잘 삼키거든.”
“왜 물이 뜨거워야 커피를 잘 삼켜요?”
“물이 뜨거우면 힘이 넘치거든. 그래서 마구잡이로 삼켜버려.”
“왜 힘이 넘쳐요?”
“그것도 화학적 문제야.”
“화학적 문제?” 녀석은 대답했다 그리고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 이내, 내 소매를 붙잡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삼촌. 아까는 왜 주전자를 빙글빙글 돌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