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기로운 갱년기생활!!

우울에 잡혀 먹힌날

by 달빛아래 별그림자

어제부터 시작된 이 우울이 오늘은 날 잡아 삼켰다

어제는 아침 일찍 기숙사에 딸아이를 데려다주었다

이 얘기 저 얘기하며 학교에 다 도착했고

이불을 바꿔 주었기에 쓰던 이불을 받아서 가져왔다

아침 눈뜨자부터 시작된 우울을 난 모른체 하고 싶었다

아이와 "열심히해 "

웃으며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신나는 노래로 우울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본다

집에 와서 정리를 하고 이불을 세탁한다

그리고 두려워졌다

또 우울함에 내가 지배당할까 봐

무작정 가방을 들고 다시 나왔다

주차장 차안에 앉아 핸드폰 검색창에 절을 검색해본다

여기는 너무 큰 절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고르고 고르다

그중 하나 내 마음에 훅 들어온다

내비에 입력하고 출발했다

생전 처음 가는 길 꼬불 고불 산길에 조금은 무섭기도 하지만

가을이야 라고 내게 말해주듯

나무에 주황빛 감들과 색을 바꾸기 시작한 나뭇잎들

창문을 여니 느껴지는 가을 냄새

더욱더 가을을 느껴보란 듯 자연은 이것저것을 내게 내민다

그렇게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곳

대웅전 법당에 들어선다

밖에서는 몇몇의 사람들 소리가 들려오지만

천년고찰의 묵직함과 멋을 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난 빠져들었다

그리고 오늘 더 유난히 크게 보이는 부처님께서 아주 따뜻한 모습으로 날 맞아 주신다

천천히 천천히 난 절을 시작했다

아주 오래된 다듬지 않은 투박하지만 그 투박함의 멋을 한껏 보여주는 나무기둥에

나를 내 마음을 기대고 싶다 생각해본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절을 한다

삐걱거리는 나무소리만 가끔 들릴 뿐 법당이 내 것인 듯 편안함과 따뜻함에 오길 잘했다 생각한다

잠시 법당에 앉아 그대로 있었다

천년고찰이지만 그리 크지 않아서 인지

아님 시골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게 했다

아마도 난 이곳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한참 동안 절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제 뭘 하지?

집에 들어가면 왠지 내가 사로 잡힐듯하여

여기저기 그냥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다

막내 아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기다린다

"우리 먹을 것들이랑 돗자리 가지고 공원 갈까?"

"좋아 "

공원을 가는 동안 막내의 조잘조잘 소리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녀석의 소리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공원에 도착 해서도 돗자리를 펴면서도

음식을 먹으면서도 쉴 새 없이 나를 위해 이야기해준다

이 녀석

엄마의 갱년기 우울증 선포가 많이 걱정 되는지

아침이면 "엄마 오늘 기분 어때?"

하며 엄마의 기분 어떤지 아침마다 묻고

내가 좋아하는 엉덩이 춤도 더 자주 춰준다

원래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고 학교 다녀오면 학교에서 오늘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하며 시작되는 친구 얘기

선생님 얘기

" 글쎄 걔가 그렇게 말하더라고 난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 그 애가 좀 싫어질라 그래 어쩌지 "

"그러게 선생님한테 그러다니 너무 예의가 없네 "

하며 내가 맞장구를 치면

"역시 엄마랑 얘기해야 잘 통해"

하며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녀석이지만

오늘은 더 말이 많다

엄마 요즘 우리는 이렇게 놀아하며 유행하는 놀이도 말도 내게 알려준다

음식을 먹고 난 후

"우리 한 바퀴 걸을까?"

엄마손을 잡고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 엄마는 오늘 뭐했어?"

"엄마는 절에 다녀왔지

너무 좋았

법당에 아주 오래된 휘어진 기둥도 너무 멋졌고

부처님도 너무 따뜻하셨어

엄마 자주 갈 것 같아 "

그렇게 몇 바퀴를 걷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하루를 잘 마무리했고 우울함은 물러갔겠지 했는데

오늘 아침 아이가 학교를 가고

조금씩 조금씩 올라오는듯하더니 한순간 덮쳐버렸다

다른 지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큰아이 녀석은

요즘 더 전화를 자주 한다

오늘 아침에도

"엄마 잘 잤어?

밥 먹었어? " 묻는다

" 너는 먹었어?" 나도 묻는다

"어 난 엄마가 싸준 장조림이랑 제육이랑 김치랑 먹었지ㆍ엄마도 밥 먹어 우리 없다고 안 먹지 말고 "

귀신같은

어찌 알았

그렇지만 내대답은

"엄마 먹었어 "

"엄마 나 이제 학교가 오늘은 2시간만 있어 "

"그래 잘 다녀와 "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전화를 끓는다

갱년기 우울증 선포했을때 조금 놀란듯한 우리 삼 남매들

그렇지만 금방 우리 둘째는 "엄마 난 지금이 엄마의 refresh 시간이라고 생각해 지금부터는 엄마를 위한 시간을 만들면 좋겠어 못했던 것들 참았던 것들 다해 엄마 "

고등학생인 둘째는 입시 스트레스에 새벽까지 공부하느라 체력도 멘털도 힘든 이 녀석이 엄마를 먼저 생각해주니 고맙다

우리 첫째 아들도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 한 번쯤 거쳐가는 과정인 거야 엄마 괜찮아"

날 위로한

" 사춘기는 내가 이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되는 거지 하며 이겨낼 힘이 났는데

이 갱년기를 지나면 난 그냥 노인이 되는 거구나

다 끝이구나 싶기도 해

그래서 우울한가 봐

엄마가 당부할 건 엄마도 정말 안 그러려 하는데

어쩌다 갑자기 급 화가 날 때가 있어

그땐 엄마도 어쩌지 못하겠어

그럴 때 엄마가 화를 낸다고 너희 너무 상처받거나

그러지 말고

엄마 지금 폭발 시기구나 하고 그냥 넘어가 줘

그리고 막내에게 가끔씩 전화해서 토닥해주고

엄마랑 같이 있는 막내에게 상처 줄까 걱정되니까

가끔씩 토닥토닥해줘"

하고 부탁을 했었다

다른 지역에서 대학교를 나니는 첫째

기숙사 고등학교에 있는 둘째

그리고 내 남편이자 아이들 아빠는 많이 먼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적으려 한다

우리 아이들 엄마의 부탁에

"엄마 우리 친구들 중에 엄마가 제일 젊어

노인이 아니라 이제 신나게 엄마를 즐길 시간인 거야 엄마 우린 괜찮아

천천히 엄마 천천히 그렇게 우리랑 같이 그렇게 잘 보내보자"

큰 힘을 주는 녀석들이다

고맙고 기특하고


그런데 이렇듯 갑자기 확 몰려오는

우울에 이렇게 삼켜질 때면

난 너무 무기력하다

자꾸 눈물이 터져 나오려 해

참고 참고 또 참으려 손등을 깨문다

자꾸 자꾸 더 세게 깨물어 눈물을 참아본다

지금 내손등은 전부 발갛게 부어 올라있다

그렇게 라도 참아내려 애썼건만 자꾸 터져 나온다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이렇게 막 터져 나오는 눈물에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그만하라고 그만해

가슴을 두드리며 말해본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쉽게 멈추지는 않는다

핸드폰 명상 어플을 켜서 명상음악을 들으니 조금 편안해진다

그래도 울고 나서 인지 조금은 우울함이 사라진듯하다

세수를 하고 찬물을 한잔 들이켠후

커튼과 창문을 모두 활짝 열어본다

하 ᆢ 시원한 가을 냄새에 기분이 나아진다

뭐든하려한다

우울에 언제까지 먹히지만은 않을 거다

명상을 하며 호흡도 하고

우울 테스트도 꾸준히 하며 우울지수도 체크하고

기분을 바꾸려 음악을 듣거나 내가 좋아하는 가을을 느끼려 산책도 자주 하고 끌어 올려보려 한다

가디건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선다

또 힘을 얻는다

그래 한번 해보자

슬기로운 나의 갱년기를 위해

분명 언젠가 끝이 날거고

나의 새로운 시작이될 나의 갱년기를

오늘도 잘 지내보려한다

조금 친해지자

갱년기야

널 그저 무섭고 두려워 하지만은 않으려 한다

잘해보자

나의 슬기로운 갱년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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