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기로운 갱년기생활!!

음ᆢ사춘기 100배쯤 아니 1000배쯤 더 쎈 그녀석

by 달빛아래 별그림자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난 사춘기라는 걸 미친 듯 누구보다 강열하고 강열하게 지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란 비는 모두 내가 다 맞겠다고 비 오는 날이면 비를 흠뻑 맞고 다녔고

잘 알지도 못하는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비판하며 의미 없다 모든 참고서를 찢어 산을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일탈을 하기도 했다 일탈이라 해봐야 그 시절 야자를 빼고 노래방 가는 게 전부였지만

그땐 그것만으로도 큰 일탈로 여겨질 때였으니

담배 피우고 술을 마신 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린 참 순수하고 소박했다

주말에도 도시락 2개를 싸서 학교를 가야 했던 때였지만

그날은 도시락도 챙기지 않고 집을 나섰다

학교도 집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았지만 답답함이 쪼여옴이 갑자기 몰려왔고

학교로 가는 발걸음을 돌려 근처 역으로 향했다

어디든 떠나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지만 나섰다

가장 빠른 열차표를 끊고

무슨 밀입국 하는 사람처럼 혹여 누군가에게 들킬까 학교 선생님한테 잡히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하며 열차에 올랐고 그렇게 난 떠났다

도착한 곳은 서울역

막상 기차에서 내리니 많은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차들의 시끄러운 소리와 정신없는 기계들 공사 소리까지

그 순간 난 커다란 종이 위에 보이지도 않을 아주 작은 점이 된 것 같았다

별것도 없이 역 주변을 돌아다니고

돌아다니다 바로 열차 타고 돌아왔던 아무도 모르는 나의 가출

그 후로도 내 캄캄한 터널은 아주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누구보다 길고 힘들었지만 터널끝엔 출구가있었고

난 그 터널을 나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알지 못했다

또 다른 터널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걸....


그땐 나이가 깡패였고 힘도 있었지만 지금은 힘도 깡패였던 나이도 없다.

근데

비가 오는 날 난 다시 다 젖을 정도로 비를 맞고 싶어 졌다

아침을 맞는 개운함 상쾌함도 없다

밤에는 잠을 잘 수도 없다

몸의 변화도 힘들지만 마음의 변화가 나를 더 힘들게 한다

가장 힘든 건

아침 눈을 뜰 때면 밀려오는 우울감에 온몸이 무겁다

문득 나조차 당황하게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하루는 갑자기 터져 나오는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마음치료 상담센터를 찾았다

갱년기 우울증이라고....

무기력함은 말할 수도 없이 지하 10층쯤인듯하다

내 안에 아무것도 없는 공허함이 쓸쓸함이 가득하다

난 이 나이 되도록 무얼 했던 걸까? 열심히 살아왔다 자부했던 내 인생이 열심히 살아온 건 맞는지 의심도 든다

난 이렇게 노인이 되어가는 걸까? 나도 푸릇한 젊음이 있었는데 이젠 늙어가기만 하면 되는 걸까?

중년이 되어버린 내가 앞으로 무얼 하며 살아가야 할지 내 미래를 걱정하며 답답해할 시간이 다시 오게 되다니....

그 시절 사춘기 때는 내 미래 나만을 생각하고 고민했다면

지금은 가정과 아이들 남편 주변까지 다 생각하며 고민을 해야한다

갑자기 찾아왔기에 당황스럽고 인정하고 싶지않았고

두렵기도했다

엄마의 우울함을 공허함을 눈치채지 못하게 숨기고 싶었다

우울하다가 욱하고 화가 났다가 다꼴보기싫다가. 쓸쓸하다가

나를 무시하나 꼬아서 듣고 확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이러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고 화산 폭발하듯 화를 내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말을 뱉고는 자괴감에 자책감에 빠진다

나의 달라진 모습에 말투에 성인인 아들이 이야기한다

"엄마 엄마 요즘 왜 그래요? 엄마의 그 말에 나도 상처받아요 "

정신이 팍 ᆢ들어오는 순간이다

내가 아이를 아프게 자꾸 하고 있구나

아들의 그 말속엔 자기뿐 아니라 동생들도 그렇다고 부탁하는 것만 같았다

"미안해 엄마가 요새 예민한가 봐

엄마도 예쁘게 말하도록 애써볼게 "

말하고는 한참을 생각하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에게 화도 났다 그것밖에 안되냐고 그깟 감정 하나 컨트롤 못하냐고 생각하고 생각하다

이건 피할 수도 더 이상 숨길 수도 없다는 생각의 끝에 닿았다

안 그러고 싶어도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화와 짜증 안 할 거란 자신은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상처받는걸 그냥 둘 순 없었다

그럼 서로 덜 다치며 슬기롭게 갱년기를 지낼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대로 고백하기 방법을 택했다 나는

"얘들아 모여봐

먼저 요즘 엄마가 짜증도 내고 화도 내고 함부로 말해서 미안해

근데 얘들아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이제 노화가 시작되고 몸이

또 한 번 변화가 오는데

몸의 변화 호르몬 변화가 오는데 이때를 갱년기라 해

갱년기 증상은 얼굴 홍조ㆍ땀이 많아지고 우울 불같은 화 감점 기복 도심 해 이런증상들이 있지

어디서 많이본 증상들같지?

얘들아

나 갱년기야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갱년기보다 좀 더 센 갱년기 우울증이래

심리상담센터도 다녀왔어

엄마도 안 그러려 하는데 쉽지가 않다

엄마도 상담센터 가서 상담 잘받고 노력할 테니까

너희들 너무 상처받지 말고

우리 엄마는 쎈 갱년기지 하고 이해해주면 좋겠어 "

당당한 갱년기 선언도 그렇지만 상담센터 얘기에 조금 더 놀랜듯싶지만 네하고 대답해준다

나 갱년기 아니고 센 갱년기 우울증이야

엄마도 니들 사춘기 다 참고 이해해줬잖으니까 이번엔 너희 차례야. 잘 부탁해

난 센 갱년기 니까

우리 아들 한마디 한다

"엄마 차에도 붙여요"

"뭐를?"

"센 갱년기 운전자가 타고 있어요

라구요"

"헉ᆢ 그래"

하고는 입가에 힘을 준다

눈치 빤한 녀석이

"아니 아니 농담 농담" 한다

사춘기도 강열하게 보냈던 나는 더 크고 센 갱년기를

만났다

이미만났고 언제든 만났어야했던 갱년기란 녀석을

슬기롭게 지내보려 한다

슬기로운 나의 갱년기를 ~

지금부터 슬기로운 갱년기 생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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