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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un 20. 2016

8. 잘 우는 여자

그리고 눈물에 흔들리지 않는 남자

나는 원래 눈물이 많다. 기쁠때는 그럭저럭 잘 참아지는데 분하고, 화가 나고, 감정이 격해지면 눈물이 참아지지가 않는다.


최근에 참 이 연애 때문에 정말 많이 울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퇴근하면서, 출근하고 자리에 앉아서, 잠자려고 누워서....

한 남자 때문에 이렇게 많이 울고 눈물 흘리는데, 정작 그 본인은 내가 눈물을 흘리든 말든 별로 관심이 없다. 남자들은 여자 눈물에 약하다고 하던데, 이 남자는 내가 울면 달래려고 하기 보다는 혼자 눈물을 그치고 분을 달래고 이성을 찾을 때 까지 기다린다.


한번은 메시지로 싸우다가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너무 화가 나서,  왜 이렇게 날 힘들게 하냐고, 너때문에 정말 못살겠다고 엉엉 서럽게 울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너무 감정이 치밀어 올라서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역시, 엉엉 울다가 전화를 끊는 여자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서 달래주고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는 물렁한 남자의 모습을 기대한게 잘못이었나보다. 한참이 지나도 전화는 커녕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


또 화가 나서 어쩜 넌 여자친구가 울면서 전화를 끊는데도 꿈쩍도 안하냐고 했더니 말하다가 끊은건 너인데 왜 내가 궂이 말을 걸어야 하는건지 이해가 안된단다. 내가 이상한건지 이 남자가 이상한건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어느정도 포기하긴 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운하면 눈물이 나서 길을 가다가 눈물을 줄줄 흘린다. 너무 자주 울었더니 이제 지나가는 사람들은 신경 안쓰게 된지 오래 된 것 같다.


조금더 마음이 강해져서 왠만한 일에는 눈물이 좀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로 받고 싶어서 우는건데 울어도 위로해줄 사람이 없으면 더 서러워지니까, 아예 눈물 닦을 일이 없어졌으면 하고 바래본다.


외국인 남자는 다정할꺼라는 환타지를 산산조각 내주시는 우리 덴마크 청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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