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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un 22. 2016

9. 장거리 연애의 장점

나에게 힘을 주고자 생각해본 좋은점들

서울과 부산 사이도 아니고, 한국 서울과 덴마크 코펜하겐 간의 장거리 연애, 일명 롱디를 2년 반동안 해오고 있다.


한국에 한학기 머물긴 했지만 Official relationship 을 선언하고는 한달 후 덴마크로 돌아갔기 때문에 연인으로 같은 time zone에 머문 시간은 다 합쳐도 3달정도일 것 같다. 이런 '거지같은 사랑'을 이어오면서 느낀 장거리 연애의 장점은 어떤것이 있을까?


1. 여행을 많이 하게 된다.

연인 관계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래도 최소의 만남이 있어야 하기에 일년에 두번 정도는 서로 만날 기회를 억지로 만들어 냈다. 둘중의 한명이 덴마크, 혹은 한국으로 오거나 다른 제 3의 나라에서 만났다. 지난 2년간 남자친구가 한국에 2번 다녀가고, 내가 덴마크에 3번 다녀왔고, 우리 둘이서 이탈리아에 한번, 독일에도 한번 휴가를 보냈다. 덴마크에게 미안하지만, 이제 덴마크보다는 다른 나라를 방문하고 싶긴 하다. 만약 평생 덴마크에서 살게 될것이라면...


2. 내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

특히 회사를 다니는 연인이라면 주중에는 만나서 데이트하기가 힘이 들기에 주말은 연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장거리 연인들은 (마음은) 가깝지만 (실체는) 멀리에 있는 관계로 친구들을 만나거나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쏠로와의 삶과 별 차이가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멀리 있을 뿐 나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는 안도감(?)으로 내 인생을 fully 즐길 수 있다. 나는 자전거, 요가, 음주가무, 사진, 등산, 꽃꽂이 등등 많은 활동에 도전해 볼 수 있었다.


3. 시차가 가져다 주는 진정 효과

요즘이야 하루가 멀게 싸웠다지만, 한때 싸움이 매우 드물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서로 싸웠다해도 시차로 인해 누군가는 먼저 잠이 들어야 했고, 잠든 사람은 자고 일어나며 화가 풀리고, 나머지 사람은 잠든 사람이 깨어나길 기다리다보면 화가 풀리곤 했다.

지금도 그 덕분에 전날에는 불같이 화가 났다가도 다음날 아침엔 분이 좀 풀리기는 하는데, 과연 이게 건강한 연인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바른 과정으로 인정 될 수 있는지는 나도 의문이다.


4. 깜짝 선물이 가능하다.

이제는 더이상 없긴 하지만, 한창 깨가 쏟아지던 시절에는 깜짝 소포, 꽃배달로 감동을 선사하곤 했다.

한번은 발렌타인스데이 기념으로 사탕, 초코렛, 젤리 등과 립밤 등등을 챙겨서 소포로 보내줬는데 전혀 기대하지않다가 날아든 국제 소포에 지친 하루를 보내고 퇴근후 즐거움이 되었고,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표를 샀다며 사무실로 꽃배달을 보냈을 때도 적잖은 감동이었다.


장점이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 날 위한 위로였을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엔 서로 옆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장거리 연애에도 나름의 재미와 감동이 있지만, 이 거리를 평생 유지하고 살기엔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해야 할 일도 많고, 가야 할 곳도 많다.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우리는 아직도 함께야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제는 어떻게 계속해서 그 장거리 연애를 유지해 나갈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의 옆에 나란히 서 있을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남자와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아직까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있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고, 우리 관계에 조금 더 확신이 생길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단계가 아닐까 싶다.


롱디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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