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 Jun 28. 2016

10. 장거리 연인의 여행

함께 여행하기

모험심이 강한 남자가 내 이상형이었다. 세계의 이것저곳을 다녀본 사람을 만나서 함께 모험을 하며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는 모험과는 거리가 참 먼 사람이다. 모험심이 필요한 힘든 곳은 갈 생각도 하지 않고, 가자고 해도 다른 갈 곳이 많은데 궂이 그곳에 가야하냐고 되묻는다. 덴마크에 사는 그보다 한국에 살고있는 내가 더 많은 유럽의 나라들을 여행했다. 대학생때 배낭여행, 오스트리아 교환학생때 기회를 놓지지 않고 다닌 여행들이 쌓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이상형과는 먼 사람이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가보지 않은 곳이 많이 있으니 그만큼 앞으로 가야할 곳이 많은것에 초점을 맞춰야겠다. 어떻게 저 곱게자란 덴마크 남자를 내가 원하는 여행지로 끌고 갈것인지가 큰 숙제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한국, 덴마크는 기본으로 서로 다녀왔고 독일, 이탈리아, 홍콩, 노르웨이를 함께 여행했다. 잘 알고 있는 곳이 아닌 낯선곳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길을 찾느라 서로 한마음이 되기도 하고 작은 것에 마음이 틀어져서 싸우기도 했지만, 즐거운 기억들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이번 여름에도 어딘가로 가고 싶은데, 아마 자금 사정 때문에 멀리는 못갈 듯 하다.



하지만 지난 2월 후로 우리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과 냉기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만남이 한번 필요하긴 하다. 메시지의 한마디와 눈 앞에서 한마디, 포옹 한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 서로가 명백히 느끼고 있는 요즘 우리의 사이를 개선하기 위해 본인이 한국에 오기 힘든 상황이라면 '미안하지만 네가 와주면 좋을것 같아. 와주면 안될까'라고 한마디 해주지 않았던 그 사람이 문득문득 미워진다.

혹시라도 만나서 다툴까봐 걱정된다는 내 말에 '만나면 더 좋을꺼니 걱정말라'는 말 대신 '그런 걱정과 의심이 들면 올지 말지 고민은 왜 하냐'고 되묻는 이 사람의 마음은 어떤 모양새인지 이해가 어렵다. 2년 반이 지나도 이해하기 너무 어렵다.



생각해봤자 의미 없을 서운함을 또 접어두고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본다.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서로를 알게 되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길것이라고.


언제 또 만나야 하려나.




작가의 이전글 9. 장거리 연애의 장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