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 달콩이라 쓰고 투닥투닥이라 읽는다.
결혼한 커플들에게 평일 중에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저녁을 함께 먹는 시간이나, 잠자기 전 침대 맡에 누운 그 시간이 아닐까. 하물며 그 시간도 직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다가 지친 몸을 끌고 돌아온 후라면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하기보다는,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가볍게 주고받고, 위로받고 싶은 부분에 대해 투정 부리고, 상처 받은 부분을 쓰담쓰담해주면서 Hygge(휘게)스럽게 알콩달콩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막상 침대에 누워서 서로 보낸 하루를 되짚어 보노라면 ‘왜 이건 안 했어?’ 라거나, ‘나는 우리의 삶을 위해 오늘 하루도 이렇게나 힘들게 치열하게 살았는데, 너는 고작 그게 다야?’ 하는 식의 비교와 원망으로 이어질 때가 있다. 내 불평의 원인은 이제 막 MBA를 마친 학생인 남편과 외벌이를 하고 있는 내 상황이 8할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처럼 외벌이인 커플도, 한 명이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 커플도, 아마 비슷한 모습일 것 같다. 내가 오늘 하루 고생한 것에 비하면 상대방은 오늘을 너무 편하게 보냈을 것만 같고, 내 입장은 하나도 생각 안 했을 것 같은 생각에 억울하고 섭섭함이 밀려온다. 갑자기 욱하고 화가 나는 마음에 등도 돌려서 누워버린다.
문제는 내 입장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하는 동안 남편은 잡 서칭을 하고 레쥬메와 커버레터를 쓰고 여기저기 지원서를 제출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취업 전쟁을 겪어 봤으니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받는 과정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옆에서 잔소리하는 아내가 아니라 용기와 힘을 주고,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아내가 되어야 한다는 걸, 안 그래도 이미 떨어진 자신감을 나까지 끌어내리면 안 되니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아는 것과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르다. ‘오늘은 뭐했어~?’하고 애교스럽게 시작한 필로우 토크는 ‘그게 정말 최선이야~?’하고 또 삐뚤어져 나가고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아휴 하고는 뒤돌아 누워서 잠든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유치하게 삐져서 잠든 와이프를 꼭 안고 잠든 남편을 바라본다.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몇 번을 쓰다듬어주고 이불을 끌어올려 다시 덮어준다. 아마 오늘 저녁에도 또 투닥투닥하다가 잠들겠지만, 그래도 다음날 아침에 이렇게 마음이 찡한 걸 보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