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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Mar 06. 2016

3. 마음의 갑갑함

이해하기, 이해 해보기



몇일간의 냉전 후에 그사람에게서 답변이 왔다. 내 마지막 메시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으며, 결론은 서로가 이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며 살 수 없을것 같다고 했다.


답장이 왔을 때 나는 두근두근 했다. 뭐라고 답 했을까. 너무 나만 애태운 티가 날까봐 바로 메시지를 열어보지도 못하고 첫줄만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몇 분 이 지나고 나서 메시지를 열었다. 내가 바라는 대로 자신이 해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고, 변해보겠다고 한다. 변해보겠다고 해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내 신경에 거슬리는 점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런 심각한 대화를 하는 중이라면, 대화에 집중 해야 하는게 정상이 아닌가? 어째서 10분이 지나도 대답이 없고 메시지를 읽지 않는거지? 나를 위해서 변하겠다고 하더니, 그건 순 거짓말이었네. 헤어질 뻔한 연인 사이의 대화가 이런식으로 우선순위에서 떨어져도 되는 걸까.


또 화가 나서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집중 해주면 안되겠냐고, 우리는 지금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 모르겠냐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느냐고 되묻는다. 집에 멍하니 앉아서 네 메시지만 기다리기르바라느냐고.... 거기서 또 힘이 탁 빠진다. 우리는 정말 안맞나보다. 서로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 인가보다.


이제 나를 이해 시키는 것도, 구구절절 적어 내리는 것도 지쳐서 하기 싫어졌다. 그냥, 그래 내가 포기할게 라고 말했다. 나는... 포기해버렸다. 내가 그 사람을 바꾸거나, 최소한 이해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했던 희망은 모두 접었고, 이제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지, 그럴 마음이 있는지가 문제다.


오래 지속하고, 영원히 이어가고 싶던 이 관계가 점점 힘이들어지고 의심이 된다. 어렵다.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영상 통화를 켜놓고 잠들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일주일 이상 통화를 안해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립지 않다.


아마 사랑 호르몬의 수치가 확 줄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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