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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un 12. 2016

4.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말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는 사실

언젠가 친구네 커플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친구의 남자 친구가 불만을 토로했다. 여자친구가 속마음은 잘 이야기 하지 않으면서 잘 삐지고 토라진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가 했던 말이 ; 'Man cannot know if Woman doesn't speak what's inside!! (여자가 속마음을 말 안하면 남자들은 절대 몰라!')


말 안해도 알아서 좀 눈치껏 잘하면 안돼?
생각해보자... 내가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남자친구가 알아서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말이 뭐였더라?



아마도,

멀리에서 너를 걱정하고 네 생각을 많이 하고,

네가 화가 나서 나에게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 애가 타니까 빨리 다시 말을 걸어줬으면 한다는 말,

우리 롱디가 길어지고 네가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지만 난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말,

나도 네가 너무 그립고 힘들지만 사랑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잘 이겨낼꺼라는 말.


뻔한 말이고, 굳이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을 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반대로 이 뻔한 말들을 이억만리 멀리에 있는 덴마크 남자친구에게서 듣기가 쉽지 않았다. 알아서 듣기 좋은 달콤한 말들을 해주는 스윗한 남자가 아니라서.

그래도 여러번의 경험을 통해 말을 안하면 정말 모른다는걸 깨달은지라 속좁은 여자친구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극복하고 왜 이러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저런말 안해줘? 라고 대놓고 요구도 해봤지만, 딱 말한 그때만 'okay, I will try'이고 딱히 달라지는게 없으니 더 속이 터진다.


오죽하면, 싸웠을때의 매뉴얼을 제안 했었다.


'나는 한번엔 마음이 안풀리니까 3번 이상은 미안하다고 말해줘. 내가 화가 났으면 우선 화를 풀어주고 그 다음에 뭐가 잘못된건지 알려주면 난 이해하고 내 잘못을 인정할게. 그러니 그 전엔 나한테 좀 맞춰줘.'


싫어도 져주는척 해주고, 적절한 한마디 적절한 때에 던져주면 여자들 마음은 살살 녹는데. 왜 내맘을 몰라줄까? (이건 많은 여자들의 공통된 마음일꺼라고 생각함) 혹시 내가 잘못하고 있는건가?


어떤 친구(남자)가 한국인(여자)의 '기대'하는 정서가 '섭섭함'을 만들고, 그 문화가 나와 내 덴마크 남자친구의 갈등을 생겨나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정확히 말하고, 이리저리 돌려서 이해와 해석을 강요하지 않으면 갈등도 없을것 같다는 말에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나는 쿨하지 않구나 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나를 징하게 좋아해주고, 사랑스럽게 대해주고, 조건없는 사랑을 주기를 기대해 왔으면서 나는 저 덴마크 남자에게 뭘 해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에게 맞춰주기를 바라면서 섭섭해 하기는 했지만, 나는 어떻게 변해야하는지는 딱히 생각을 못해봤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친구는 그대로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은 아니다. 서로 변해가고, 서로가 어떻게 대해주고 반응 해줬을때 좋은지를 고민하는게 연인 사이가 아닌가? '날 바꾸려고 하지마' 라고 말하기 전에 왜 상대가 그렇게 나를 바꾸고 싶어하는지를 생각해보고 어떻게 하면 둘 사이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게 '건강한' 연인사이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없던 눈치를 만드는게 쉽지 않을테고, 내 눈빛만 보고 마음을 읽는게 불가능할지는 몰라도, 내가 뾰루퉁 해있을 때 똑같이 침묵으로 대하는게 아니라 '기분 풀어~' 하는 애교로 마음을 무너뜨리는 기술은 무뚝뚝한 남자 자존심을 조금만 꺾으면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는데.



... 하지만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연애기간 2년으로 들어서며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맞춰주기 위한 갈등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이게 서로 노력한다고 해결이 될 문제인지 아니면 영영 맞춰주지 않아서 결국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게 될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생각이 좀 정리되면 이 주제로 다시 한번 돌아와봐야겠다. 지금 우리 연애는 굉장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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