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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un 13. 2016

5. 연인 사이의 침묵

불편한 침묵, 혹은 한없이 편안한 침묵


꽤 여러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단 둘이 있을때 침묵이 어색한 사람은 아직 충분히 친하지 않고 편하지 않은 사람이고, 침묵이 흐르는 순간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민 하느라 등골에 식은땀이 주륵 흐르는 사람은 아직 안친한사람, 혹은 안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는.


'침묵'으로 판단하는 인간 관계.



그럼 연인 사이의 침묵은?


사귄지 얼마 안된 연인 사이에는 침묵이 흐를 새가 없다. 서로를 알아가야 하니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해주고 싶은 말도 많을테니까. 서로를 잘 알게 되고  함께 보낸 시간도 많아 지면 점점 침묵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찾아 오는게 자연스러운 연애의 단계일 것 같다.


말없이 눈만 바라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말없이 손만 잡고 있어도 너무 좋은 그 순간들,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함께 있어서' 좋은 그 순간들.


그런데 요즘 우리의 사이의 침묵은  편하지가 않다. 오히려 내 화를 더 돋구는 순간들이 되어가고 있다. 내가 먼저 시작하고 이어가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어려운 대화와 그에 이어지는 침묵, 이야기하다가 맘이 상해서 입을 꾹 다물면 왜 화가 났는지, 어떻게 맘을 풀어줄지 궁금해하기는 커녕 똑같이 입을 꾹 다물어 버려서 이어지는 침묵.



나는 이런 침묵이 너무 불편하고 싫다. 시덥잖은 이야기로 밤을 새워 이야기 하고, 출근길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길에, 회사에서 화장실에 가는 그 자투리 시간에도 신나게 재밋게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가 그립다. 전엔 안그랬었는데 변해버린것 같은 그 사람이 밉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오늘 물었다. 예전보다 우리 사이에 대화가 줄어들고 침묵이 흐르는 때가 많은걸 그사람도 느끼는지, 그리고 이런 상황을 해결해야하는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는지.


남자친구가 대답했다.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면 싸움이되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대화를 하는것 보다는 차라리 이런 침묵의 시기를 조금 가지는게 오히려 도움을 줄 것 같다고. 한마디 한마디에 토를 달고 섭섭해하는 나때문에 그사람이, 그리고 나를 섭섭하게 만드는 그사람때문에 내가 많이 다쳤고 우리 둘다 지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침묵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으려고 한다. 지금 우리 사이의 침묵이 잠시 지금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해서 입 꾹 다물고 뭐가 좋고 싫은지 말하지 않으면 그냥 길거리에서 스쳐가는 남이지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는 마음이 정말 진심이라면, 차라리 남이 되는게 낫지. 그런데 우리는... 남이 될수 없잖아.



우선 잠시 휴전. 싸움닭 가면을 벗는다.


섭섭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서 이해시키려다가 싸움만 주구장창 하고 있으니, 이 작전은 실패다.


현재 우리 상황이 너무 싫고 힘들지만 이겨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평생을 같이 살아가야하니까 맞춰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너무 힘들다고도 했다.


조금씩 다시 고쳐보려고 한다.

그냥 헤어져버리면 될것을 왜 이렇게 매달려 있나하고 생각하다가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여기까지 온거 아까워서라도 나는...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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