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갓김치
두 살 터울의 큰 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 큰 올케 S는 내가 동생에게 소개를 시켜줬다. 그 당시 함께 일하던 분이 지인과 내 동생을 소개해주자고 했다. 그렇게 S와 동생#1은 만났고 1년 후에 결혼을 했다. 그래서 나는 S에게 늘 미안하다.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반품은 절대 받지 않는다고.
S는 광주가 고향이었다. 세 남매가 같이 살던 아파트에서 동생#1은 근처 단지로 이사를 나갔고 나와 막내를 불러 집들이를 했다.
전라도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보지 않았던 나는 광주의 음식들을 처음 먹게 되었다. 배추 이파리보다는 조금 더 작은 파란 배추김치가 있어 먹어보니 겨자를 먹은 것 같이 톡 쏘는 것이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너무 특이해서 이게 무슨 김치냐고 물었더니 S가 “언니 이거 돌산 갓 감치요.”라고 했다.
“돌산 갓김치는 이런 맛이야? 그럼 그냥 갓김치는?”이라고 물었더니 “언니 갓김치 원래 이런 맛이잖아요. 처음 먹어봐요?”라고 되물었다. 갓김치가 이런 맛이라니 어릴 적 먹던 갓김치 맛이 아니다. 너무 이상했다. 내가 아는 맛과 S가 아는 맛이 왜 다를까? 처음 먹어본 돌산 갓김치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자주 먹을 수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같은 동네에 삼 남매가 옹기종기 모여 살아 틈만 나면 큰 동생네에 놀러 가고 김치를 얻어먹는다. 막내네는 더 자주 간다. 나는 조금은 미친 시누이다. 물론 올케들이 놀러 오라고 한다! 진짜로!!
동생#1이 결혼하고 첫 추석이었다. 다 같이 모여 저녁밥을 먹는데 올케가 엄마의 갓김치를 너무 잘 먹었다. 그렇다. 나는 어릴 적부터 늘 갓김치를 먹고 자랐다. 나는 김치볶음밥보다 갓김치 볶음밥을 좋아했고 갓을 넣어 만든 물김치를 좋아했다. 올케는 이 김치는 뭐냐고 물었다. 엄마는 “그거 갓김치야.”라고 했는데 내가 돌산 갓김치를 먹었을 때처럼 놀랐다. “어머니, 이게 갓김치예요? 열무김치처럼 생겼는데 맛은 다르고,, 근데 맛있어요!” 뭔가 내가 돌산 갓김치를 먹었을 때와 딱 반대되는 질문을 했다.
그때 알았다 사람들이 흔히 부르는 갓김치는 내가 먹고 놀란 돌산 갓김치였고 내가 먹고 자란 갓김치는 “정선 갓김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다른 김치라는 것을. 정선 갓은 누구나 아는 그 갓과는 모양이 다르다. 내가 본 돌산 갓김치는 배춧잎처럼 생겼고 정선 갓김치는 조금 굵은 열무김치처럼 생겼다.
갓이 나지 않는 요즘에도 엄마는 종종 갓김치를 만들어서 보내주신다. 비법은 갓이 나는 때에 소금에 절여 김치냉장고에 잔뜩 보관해두고 그때그때 물김치로도 만들고 양념을 해서 갓김치를 만들어 준다.
엄마는 그때그때 무치는 갓김치는 김장 때 하는 진짜 갓김치가 아니라고 했다. 요즘 먹는 갓김치는 딱 요렇게 생겼다.
다음 국어사전에도 있는 고유 명사, 정선 갓김치
『식품』 강원도 정선에서 나는 갓으로 담근 김치.
정선 갓김치는 남도 지방의 갓김치와 비교해 톡 쏘는 맛은 떨어지지만 상큼한 맛은 더 낫다. (와이티엔 2017년 10월)
함씨네 비법 아닌 비법 - 정선 갓은 수확해서 오직 소금에만 절여 보관하고 그때그때 쫑쫑 썰어 양념하여 무침. (고춧가루, 파, 마늘, 미원 조금(갓의 쓴맛을 잡아 줌), 깨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