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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 Jul 01. 2020

그 많던 똑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직장 탐구생활 #1

나는 어쩌다 보니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여 벌써 7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대학원에서 만나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볼꼴 못볼꼴 다 본 친구가 그랬다. "너처럼 직장운이 없는 사람 처음 본다."라고.


여러 번의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퇴사자들의 유형은 굉장히 다양했다. 개인 사정으로 더 이상 직장을 다닐 수 없는 경우,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한 경우(흔하지 않았다.), 아주 간혹 회사에서 큰 문제를 일으켜 퇴사를 하게 된 경우, 계약직의 경우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경우, 회사가 힘들어져서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해야 하는 경우, 회사의 부당함에 열 받아서 퇴사하는 똑똑이의 경우, 등등..


그 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열 받아서 또는 지쳐서 회사를 떠난 똑똑이의 경우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직장운이 너무 안 좋다는 내가 다닌 회사들은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똑똑이은 항상 불이익을 당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지 못한 탓과 어쩌면 그 윗사람을 위협하는 존재들이라 그 똑똑이가 눈에 띄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줬을 수도 있다.


그 많던 똑똑이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을까?


사회생활을 한참 하고 30대 중반쯤 되었을 무렵 대학원 친구들끼리 모였다.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모두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고 나는 아주 작은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였다. (물론 그때 친구들은 여전히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고 나는 또 다른 아주 작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


다들 회사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었다. 장점은 다 똑같았다. 꼬박꼬박 월급이 제때 입금이 된다는 것. 더 이상 취업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팀 분위기가 좋다는 것.

나를 포함한 친구들이 느꼈던 단점은 회사 업무의 역량과 관계없이 개인의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것. 특히 업무 역량이 굉장히 떨어지면서 인사고과 점수를 최상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윗사람과 이런저런 관계들로 역인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윗사람이 원하는 무언가를 물어다 줄 수 있는 경우였고, 제비가 박 씨를 물어다 주든 그들에게 소위 "명분"이라는 것을 잘 만들도록 정보를 이것저것 물어다 준다.

 

출처 - Pixabay


결국 일만 열심히 잘하는 똑똑이들은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 그들은 회사를 박차고 나갔다.


다양한 직종의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 모여 이야기한 것을 종합하면 회사의 규모가 작든 크든 직종이 어떻든 이러한 불합리는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상황을 겪지 않은 친구들도 간혹 있었다.)


친구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렇게 퇴사한 똑똑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성공했을까? 만약 그 똑똑이의 성공이 승전보처럼 내가 들려온다면, 나도 용기를 내어서 회사문을 박차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거기 모인 모두는 용기가 없었고 다들 잘 견디고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 물론 똑똑이의 경우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이유로 여러 번의 퇴사와 입사를 반복한 나를 빼고.

나와, 나의 친구들과,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와 함께 일했던 똑똑이들의 승전보를 나는 오늘도 기다려 본다.



굉장히 주관적인 직장운 없는 사람의 십여 년 직장에서 느낀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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