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모처럼 살기 싫어!

조카들의 시선

by 홍차

어른들의 단골 멘트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이야!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을 살아가는데 왜 나이 들어감을 못 느끼는 거지?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나는 어렸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라고 있었다. 매년 한 살씩 늘어가는 나이만큼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었다. 어느덧 나는 중년이 되었다. 아직 마음은 이팔청춘이야!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그런데 이제 그 마음이 이해가 되고 있다. 자라면서 쌓이는 경험과 지식은 어느 나이가 되면 반짝반짝 빛날 거라고 생각했었다. 중년의 나는 지혜롭고 대담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미숙하고 모든 것이 처음인 게 아직도 많은 지혜롭지도 못하고 소심한 사람 그대로이다. 어쩌면 마음이 이팔청춘이라는 것은 아직도 미숙한 인간 그 자체라는 것일 것 같다.

어느 날 올케와 동네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조카 2호가 "나는 고모처럼 살기 싫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고모처럼 외롭게 혼자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의 시선에서는 혼자 사는 내가 너무나도 외로워 보였 나보다. 조카 2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은 놀랐다. 며칠 뒤에 막내 동생네와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이 얘기를 했더니 조카 1호가... "내가 그랬잖아. 고모 쓸쓸해 보인다고. 그래서 내가 주말마다 가는 거야." "전화하면 계속 집에 혼자 있잖아. 아까도 봐. 혼자 카페 가서 책이나 읽고 있고... 너무 쓸쓸해 보여." 아.... 그랬구나. 주말마다 너를 돌본다고 생각했던 것은 어른들의 시선이었구나.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의 시선에도 혼자 사는 고모는 너무나 쓸쓸해서 주말에라도 가서 함께 있어 줘야 하는 사람이었구나.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란다. 고모가 맛난 것도 많이 사주고 여행도 같이 가주고 하니까 너 그 마음 그대로 나중에 고모 요양원 갈 때 좋은 곳으로 알아봐 주길 바라.


픽사베이에서 혼자 사는 1인가구의 이미지를 검색하니 죄다 어두운 배경에 혼자 쓸쓸히 있거나 눈물을 흘리고 있거나 좌절한 듯한 모습의 이미지만 검색된다. 2026년을 살고 있는 중년의 1인 가구의 모습은 TV에 나오는 것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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