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감자전
카톡!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엄마에게 사진이 전송되었다. 초점이 잘 맞은 감자 부치기 사진. 우리 집 감자전은 오로지 감자만 갈아서 부친다. 양파를 같이 넣는다던지 밀가루나 감자 전분을 섞는다던지 하는 레시피랄게 없다. 강판에 막 간 정선산 햇감자에 소금간만 한 투박하지만 기본의 맛의 감자전이다. 그런데 엄마가 보내준 감자전은 빨강 노랑 파프리카가 송송 들어간 예쁜 감자전이었다. 갑자기 우리 현자 씨가 왜 이렇게나 귀엽던지. 하하
현자 씨의 불친절한 레시피북"은 첫 번째 조카가 태어나서 막 이유식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고민했던 이야기들이었다. 할머니와 살면서 오래된 강원도의 맛을 내 혀에 새겼듯이 그 맛을 나의 다음들에게도 남겨주고 싶었다. 독립출판을 해봐야지 생각하고 강의도 듣고 하면서 자투리 글들을 써보았다. 누가 볼까? 안 보면 어때 집집마다 있는 비법책 그런 거 있잖아. 그거면 되는 거야. 6월 24일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꺼내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보통 20명 내외로 조회되던 내 브런치의 조회수가 1,000 2,000 갑자기 너무 많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해킹을 당했나? 하고 생각했다. 원인은 다음 메인에도 걸리고 브런치 메인에도 걸린 것! 내 인생 이런 적은 처음이라 너무 들떴고 신기했다.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내주고 자랑을 했다. 나에게도 그리고 내 주변에도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 현자 씨에게도 쪼로로 전화했다.
"엄마! 있잖아. 내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내 글이 다음 메인에 걸렸어!"
"링크 엄마 카톡으로 보내바바."
(잠시 후)
“야! 엄마 실명 다 노출됐잖아! 가명을 써줬어야지!”
“엄마 다 그런 거야.”
“니 이름은 안 나왔네?, 근데 니 요리는 하나도 없고 순~ 엄마 요리뿐이네?"
"엄마 그게 이 매거진의 기획 의도야."
그 이후에도 내 글이 다음과 브런치 메인에, editor's pick에 선정되는 영광을 몇 번을 겪었다. 매 번 나는 엄마에게 글의 링크를 보내줬다.
엄마도 나처럼 이런 신기한 일들이 재밌었나 보다. 이 것도 글을 써라..라는 말을 초점이 너무나도 잘 맞는 그리고 엄마가 신경 써서 데코를 한 감자전 사진으로 대신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우리 현자 씨에게도 나에게도 재밌는 일들이 일어났다. 앞으로 더 재밌고 신기한 일들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