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음식 이름 좀 알려주세요.
할머니의 간식은 담백했고 간소했다 그리고 시간을 담고 있었다. 그 시절 모든 음식들이 그러했듯이 여름이면 여름 간식이, 가을이면 가을 간식이 모든 간식은 계절과 시간을 담고 있었다. 할머니의 간식 중 든든한 끼니가 되었던 달달한 그 맛, 옥수수 더하기 팥.
강원도의 여름은 옥수수와 함께 했다. 우리 집은 농사를 짓는 집은 아니었지만, 늘 감자와 옥수수는 있었다. 막 강원도의 옥수수가 수확되는 시기와 함께 경기도 작은 아빠네, 서울 할아버지네, 서울 이모할머니네 서울과 다른 중소도시에서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강원도 시골 마을에 모여들었다.
그 시절 우리의 여름은 손님맞이로 바빴다. 아마 우리 집 현자 씨는 내가 느낀 것보다 더 바빴을 것 같다.
여름이면 커다란 포대로 2자루가 넘는 옥수수를 샀고 마당 한편에서 나와 동생들 그리고 사촌들까지 옹기종기 모여 옥수수 껍질을 깠다. 어릴 땐 요런 게 참 재밌었다. 엄마는 뒤꼍에 큰 솥을 걸어 연신 옥수수를 삶아냈다. 방금 쪄낸 강원도의 옥수수는 여름 간식의 대표였다. 잔뜩 삶아낸 옥수수는 먹을 만큼 덜고 나머지는 잘 밀폐하여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였다.
할머니는 광에서 팥을 꺼내 불리고 삶았다. 그리고 날 옥수수의 알갱이와 함께 삶은 팥에 설탕을 넣고 압력솥에 쪄줬다. 달고 끈끈하고 고소한 이 음식은 우리의 간식이었다. 여름에는 생옥수수로 옥수수의 계절이 끝나면 말려놓은 옥수수를 불려서 만든 우리 할머니 간식.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몇 년 전 친구와 친구의 동생들과 속초로 번개 여행을 다녀왔다. 어느 한 횟집에서 나는 그 이름 모를 할머니 간식을 만났다. 어어! 이거 그거다. 이름은 모르는데 맛있는 거!! 함께 있던 친구와 친구의 동생도 우리 할머니 간식을 알고 있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강원도가 고향이시고 여전히 형제분들이 원주에 계셔서 친구는 자주 외삼촌댁에 놀러 간다. 친구에게는 엄마가 만들어준 그 음식, 나에게는 할머니 간식 그렇게 우리는 공통점을 찾았다.
얼마 전 아빠한테 이름 모를 이 음식의 정식(?) 명칭을 알기 위해 전화를 했다.
"아빠 있잖아, 할머니가 해주던 옥수수랑 팥이랑 넣고 밥솥에 밥하듯이 만든 거. 찐득하고 달달한 그거, 이름이 모야?"
"아빠도 몰라."
"아빠가 왜 몰라?!!"
"아빠도 몰라서 얼마 전에 건천리 작은 할머니(아빠의 숙모)한테도 여쭤봤는데, 할머니도 모르신대."
"진짜?!!!!"
난, 우리 아빠는 그동안 뭘 먹은 거지? 도대체 몇 대 위로 올라가야 이 음식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누가 이 음식 이름 좀 찾아주세요.
이번 여름엔 생옥수수로 엄마가 잔뜩 만들어 보내준 그 음식, 스타우브에 물 살짝 넣고 약한 불에 뭉근하게 데워내니 든든한 한 끼가 되었다.
함씨네 비법 아닌 비법 - 팥은 미리 불려 삶아 사용하세요. 옥수수가 제철인 여름에는 옥수수 알을 다른 계절엔 말린 옥수수알을 충분히 불려 사용하세요. 삶아 높은 팥과 옥수수에 달달한 설탕을 넣고 살짝 소금을 넣은 후, 압력솥에 밥을 짓듯 요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