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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슬포슬 감자밥

정말 감자를 밥으로 먹어?

by 홍차

강원도가 고향이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듣던 말 중 하나는 "정말 감자를 밥으로 먹어?"였다. 주로 이렇게 묻는 작물이 두 가지가 있다. 감자와 옥수수. 그렇지 않다. 우리도 도정이 되어 하얗게 된 백미로 밥을 지어먹는다. 물론 감자와 옥수수가 늘 집에 있었다.


어느 날 울산이 고향인 후배랑 카톡을 하다가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누나 강원도는 예전에 쌀이 부족해서 밥을 지을 때 감자도 넣었다고 하더라."

이 말에 나는 너무 화들짝 놀랐다. 쌀이 부족해서는 아니지만 감자밥을 진짜 많이 먹고 자랐기 때문이다.

"야. 감자밥은 그냥 엄청 많이 해 먹는 거고. 그게 무슨 강원도에서 먹는 거야."

"아닌데? 난 밥할 때 감자 넣는 거 먹어본 적도 없고 생각해도 이상한데? 고구마처럼 넣는다는 건가?"

어?????!!!! 감자밥 먹어본 적이 없다고?

너무 이상했다. 너무나 평범해서 존재조차 잘 느끼지 못했던 그런 건데 그걸 우리만 먹고 있었다고?

각기 다른 지역이 고향인 친구들에게 감자밥을 모르냐고 물어봤다. 혹시 몰라 시골이 고향인 친구에게도.. 아무도 감자밥을 몰랐다. 들어본 적도 없으며 생각하면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감자밥이 갑자기 특별하게 다가왔다.


지금쯤이면 강원도에서는 감자를 캐기 시작한다. 시장에는 깨끗하게 씻어서 삶으면 감자의 달콤한 분이 확 터지는 그런 감자가 나온다. 감자의 껍질이 톡톡 터지면서 스르르 부스러지면서 감자의 달콤한 분이 나오는 그런 감자말이다.


주먹만 한 감자를 깨끗하게 씻고 깎아 다소곳이 앉힌 하얀 쌀 위에 서너 개를 올려 밥을 짓는다. 밥이 다 되고 뜸을 들인 후에 밥솥의 뚜껑을 열고 주걱으로 푹 익은 감자를 살살 깨 주면서 밥을 저어주면 맛있는 감자밥이 완성된다. 특별한 비법이랄 것도 없다. 포슬포슬한 감자밥에 빨간 감자 반찬은 내가 제일 좋아하던 메뉴 중 하나였다. 너무 평범해서 특별한 기억조차 없지만 감자밥을 생각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있었던 일곱 식구가 커다란 밥상을 펴고 앉아 밥을 먹던 그냥 여러 날 중의 하루의 저녁상이 생각난다. 그 평범한 일상의 밥상머리에서 작은 젓가락이 분주히 움직인다. 우리 삼 형제는 빨간 감자볶음을 먹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그날의 일들을 쉼 없이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특별한 메뉴가 없는 그저 평범한 밥상이었다. 가끔 여기저기서 얻어맞고 집에 돌아갔을 땐 특별한 메뉴가 아닌 여러 날 중 하나였던 평범한 밥상이 평범한 하루의 기억이 우리를 온전히 위로해주는 건 아닐까?


함씨네 비법 아닌 비법 - 압력솥에 하얀 쌀 또는 보리를 섞어 앉힌 후에 껍질을 깐 감자를 서너 개 올려 밥을 짓는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꼭 강원도 정선의 감자로 해야 한다는 것. 정선에서 온 감자가 없으면 그냥 강원도 감자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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