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꿈은해녀 Aug 11. 2024

엄마가 사주는 옷이야.




엄마의 휴가 기간에 맞춰 댁에 놀러 갔다.

얼마 전 엄마와 한바탕 싸운 뒤 연락도 뜸하게 지내다가 오랜만에 본 거라 어색한 기분에  괜스레 주방정리를 하며 언니가 빨리 왔으면 기다렸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설거지를 해놓으신 거지... 잔소리가 입안을 맴돌았지만 엄마는 엄마사정이 있는 거야. 나는 더 할걸. 되새기며  말을 아꼈다. 그러다 보니 이전과는 다르게 사이가 조용하다.

 


드디어 언니가 와서 같이 식사를 하러 갔는데, 벌써부터 기운이 빠지는 게 입맛도 없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

한마디 또 하고 싶지만, 다시 꾹~~~


시원한 카페에서 차가운 커피에 정신이 든다.

잘 대해드리기로 하고 왔잖아~ 조금씩 대화에 동참하며 다시 친숙해지려 한다.



엄마가 자주 가신다는 아울렛점에 갔다. 

엄마가 옷을 사주신다고 골라보라고 하신다.


계획 없이 옷을 사지 않는데, 가격대도 있는데... 주저하고 있으니


"엄마가 버는 돈으로 사주는 마지막 옷이야, 마음껏 골라"

그러시며 예쁜 원피스를 대어 주신다.


그 말에 그동안 서러웠던 마음이 왠지 모를 슬픔으로 가득 찼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일을 하시며 그래도 스스로 버는 돈에 자부심이 있으셨는데 이젠 정말 일을 관두시는 거구나. 


자식에게 피해주기 싫어 직장에서 나이로 인해 매년 계약 시점마다 눈치를 보면서도 버텨오셨다.

그러나 더 이상은 나이도 체력도 버틸 수 없어 몇십 년을 닦아온 생산인력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평생을 일해 자식들 걷어 먹이며 살아온 삶에서 자식들에게 뭐 하나 내손으로 벌어 사줄 수 없는 순간이 왔을 때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이전에 상품권을 드리면 바로바로 생필품을 사곤 하셨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하시는 것을 보고 물으니

"나중에 돈 못 벌 때 그때 하나씩 써야지" 하셨다.


그땐 그냥 그런가 했는데, 그 상품권 한 장도 소중해지는 시점을 계속 생각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러니 더욱 몸이 힘들어도 그 기간을 미루기 위해 일을 해야만 했던 거겠지.


나는 내 앞길만 보고  나는 왜 이 나이에도 힘든가. 투정을 부렸는데, 

노년의 엄마의 삶은 본인 삶과 자식들의 삶까지 더 고달플 것이다.

자식들 내세우느라 준비가 덜 된 노년은 얼마나 두려울 것인가.

나는 마흔이 넘어도 애였구나.


쇼핑을 마치고 와 앉기도 전에 집에서 음식들이 죄다 꺼내졌다. 

어떻게든 더 가져가게 하려는 마음과 어차피 가져가도 다 못 먹을 거라 거부하는 걸로 또 한바탕이 벌어질뻔했으나, 이제 투정 부릴 나이는 지났다.(지나도 30년 전에 지났지...)

엄마가 병치례를 한 나를 위해 싸주시는 마음을 안다. 그럼 감사히 바리바리 싸들고 와야지.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며 너무너무 맛있다는 문자를 보낸다. 


한 번씩 뒤집어지는 내 마음을 잘 다잡고 엄마가 외롭지 않도록, 나를 위해서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착한 딸로 돌아가겠다.


이젠 내 마음도 좀 자라야지. 너무 늦된다. 내가...

















작가의 이전글 관계의 정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