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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꿈은해녀 Aug 11. 2024

회사는 잘못 없다.
직원인 내가 못 따라갈 뿐.

나는 불안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


가끔씩 느껴지던 불안이 커져 병원을 가야겠다 느끼게 된 계기는 겨울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임장을 가려 ktx 탔을 때 타자마자 패닉에 빠진 이후이다. 가까운 역하나를 제대로 가질 못하고, 심한 불안을 느끼며 통로를 서성이다가 다음 역에 바로 내린 후 그 새벽 차가운 역에 주저앉아 3시간을 눈물짓다 돌아왔었다.


이후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약도 먹도 마인드도 잡으며 노력을 하여 요즘은 두 달째 약을 손꼽게 먹었던지라 좋아지고 있다 자신했었다.

공황장애를 내 몸이 기억하고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잊고 싶었나 보다.


얼마 전 회사에서 야유회를 가기로 한 후 다시 스멀스멀 불안이 시작되었다.

고속도로를 타기가 어려워 도저히 못 가겠다고 대표님께 말한 이후 팀장이 안 가면 어떻게 하느냐, 강원도라 멀지 않으니 참으면 된다라고 하는데 (과연 참는다고 참아지면 그게 패닉이겠는가.)


내가 야유회 게임을 뛰고 팀장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숨이 안 쉬어지는 공포를 참아가며 가야 하는 건가. 

그렇게까지 내가 필요하진 않을 텐데... 내가 병원을 다니며 치료받는 중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이(사실 관심이 없었겠구나)...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다닌 회사이지만, 깊은 회의감이 밀려왔다.

이 회사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아닌 그 직원의 역할로서만 생각하는구나...


숨이 안 쉬어지고 죽을 거 같은 공포는 참는다고 참아지는 게 아니라고 말을 하면서도 내 취약점을 말해야 하는 게 수치스럽고 나약해진 이 현실이 답답했다.

그럼 수면제를 다량으로 먹고 자면서 오라고 한다.

약을 많이 먹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다운되어 누워 있게 된다라고 했는데 그럼 와서 숙소에서 자고 가라고 한다. 내가 맘고생을 하며 약에 취해 강원도까지 가서 자고 그 다음날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다시 올라와야 하는 것인가.


내가 두려운 것은


요즘 지하철에서도 약간씩 느껴지는데, ktx에서 발생된 공포를 다시 느끼게 되면... 실제 나타나면 나는 이제 출퇴근을 하는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무서움이다.



남들이 말하듯 쉽게 말하면, 건강이 우선인데 회사고 나발이고.

더러우면 내가 관두면 되는 것인데.

중장년의 나이로 새로 취업하기가 쉽지 않고 이미 손에 익어버린 일을 놓고 새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을 하기 싫은 거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스트레스임에는 분명하니까.


어느 회사든 무슨 일이든 없겠는가. 내 경험상으로는 꽃동네 회사는 없다.

설마 있겠지 없을까. 정확히는 내가 갈 수 있는 회사가 없다는 거다. 

 

그냥 회사생활 중 지나가는 쉽지 않은 일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 야유회는 올해 중에는 한 번이니까.  내년까지 잘 보내보자! 

대절버스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 우선 ktx를 끊어놓고 버스, 택시를 짧게 짧게 이용할 방법을 생각해 본다.

ktx에서 발작이 일어나 두렵긴 해도 어떻게 어떻게 잘 가볼 수 있지 않을까. 두근두근 하다.

일정과 게임구성 식단 차량 팀 등등은 팀원들에게 나눠주고 신경을 끄자. 내가 발 벗고 나서지 않아도 어떻게든 처리가 된다.


그 야유회 말이 나온 이후로는 다시 약을 먹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이제 심장 두근거림이 없어져 지나갔구나 이대로 몇 년 지나면 비행기도 타겠는걸. 생각했는데, 그냥 얇디얇은 마분지로 덮어놓은 거였나 보다. 

이렇게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을...


하지만 굴하지 않지. 난!!

해이해진 정신을 다잡게 하려 이런 일이 생겼나 보다.

목표에 늦어지지 않게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


회사가 잘못한 것은 없다.

이 회사의 사정은 그런 거고,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이 나가면 되는 것.


업무가 끝나면 내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최선을 다해서 월 백  월 삼백 -> 월 오백 만들어서 당당히 퇴사하리!


내 인생에서 다니는 마지막 회사가 되도록 후회 없이 성공적 퇴사를 하겠다!

서운해하지 말고 이 마음을 가지고 퇴사일을 더 앞당기도록 하자.

멋진 내 마지막 회사! 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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