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 나에게 작용하여 어쩌다 보니 운 좋게 흘러온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무책임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좀 더 멋지게.
좀 더 폼나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주 하는 말이다.
속이 뻥 뚫리는 말이라서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왜 청년예술가들은 모두 힘들게 비치는 이미지여야 하는가.
힘들다는 이유로 왜 예술의 행위를 멈춰야 하는가.
힘든 것과 예술의 행위는 필연적 관계인 것인가.
왜 우리는 무언가를 하나를 포기하고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가.
또한 현실은 왜 이리도 혹독한가에 대해 꽤 오랜 시간 고민했고,
해결하지 못해 앓았던 시간이 흘러 나도 이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나이 서른둘이 되었다.
실패의 결과로 다가온다 하여도, 지금의 도전은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엄청난 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대중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조성진 같은 유명한 피아니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과 친구들, 주변 이웃과 소통 정도는 할 수 있는 안 유명한, 그래도 피아니스트이다.
전국에 음악을 전공한 수많은 선배들, 후배들, 그들은 모두 아티스트이다.
유명하든 안 유명하든 어쨌든 아티스트이다.
우리 사회에는 그들이 활동할 공간이 필요하다.
아니,
우리 사회는 그들이 필요하다.
온 동네 곳곳을 예술의 향기로 물들이고,
삭막한 서로의 마음을 허물고,
우울한 장벽을 깨는,
예술가들이 필요한 시대다.
언제나 그들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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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끊임없이 내가 설 수 있는 곳, 서야 할 곳,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고민해왔다. 어떻게 하다 보니 3평에서 50평으로 공간 확장을 하게 되었지만, 나는 불가능했던 독일 유학길을 떠올리며 이번 또한 중요한 기회라 생각하고, 주저하지 않고 그동안 내가 꿈꿔왔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최종 꿈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음악교육의 기회가 닿지 않는 아이들이나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음악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인데, 시간이 오래 걸릴지는 몰라도 어쩌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는다. 누구나 원하는 꿈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싶다.
이때까지의 나는 개인 활동을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음악교육 콘텐츠를 확장하고 공연을 기획하고 공간을 잘 이끌어나가야 한다. 실감 나지 않지만, 나도 이 험난한 문화 예술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얼마 전, 공간 오픈 공연을 준비하면서 나는 기획이랑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신경 쓸 일들이 많고, 모든 이의 수요를 감당하며 맞추는 것이 사업가의 성향보다는 예술가의 성향이 강한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깨달은 것이 있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기획은 빠질 수 없는 부분이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차피 부딪혀야 할 일이라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한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번에 '예술공작소 바코 피아노'에서 확장 이전하여 만든 문화 공간의 이름은 '라움 프라다바코'이다. 부산 광안리에 위치해있으며 음악교육, 공연, 대관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서로 교류하고, 창의적인 음악교육 활동을 더불어 해외 관광객들과 부산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의 향기를 전하고 싶다. 활동영역을 확장함으로 한층 더 성장하고, 청년예술가로서 초심과 사명감을 잃지 않고 꾸준히 소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