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를 손 안에_
야심차게 기획한 클래식음악 살롱콘서트 '엣지있는 음악살롱' 시즌3가 다음주면 마지막공연으로 막을 내린다. 파이널이라함은 시끌벅쩍하게 끝이나야 시원섭섭한 법인데, 무관중 비대면 공연으로 진행된다. 관중없이 실시간방송을 진행하는 공연은 연주자들에게도 큰 부담이고, 기획자인 나에게도 어려운 숙제이다. 연주자들의 열정과 우리 공간의 기운을 어떻게 화면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매일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 공연을 기획한 취지를 떠올려보았다. 이번 마지막 공연의 주제는 '광안리 음악살롱'이다. 몹쓸 바이러스로 인해 마음껏 바닷가를 배회하지 못하는 대중들에게 바다의 향을 음악과 함께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공연을 기획했다. 광안리와 해운대 전망이 훤히 보이는 광안리의 밤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동안 광안리를 마음 편히 관광하지 못했던 국내외에서 부산을 사랑하는 많은 손님들에게 어떻게 이 현장감을 전할까?
손에 삼각대와 폰카메라를 들고 광안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보는 바다의 뷰말고, 현지인이나 타지인이 봤을 때, 이색적으로 느낄 수 있을만한 풍경을 찾아보았다. 각 풍경마다 1분정도 영상 촬영을 했다. 이 영상을 편집하여 공연당일 집에서 공연을 관람할 관객들에게 상영할 예정이다. 공연의 시작과 1,2부 사이의 인터미션 시간에 광안리의 모습을 전하려 한다.
광안리 풍경을 탐구하며 촬영하면서, 자연으로부터 알 수 없는 괴리감이 느껴졌다. 다음은 첫번째 영상이다.
독일 출신 스트리트 아티스트 ‘ECB(본명 헨드릭 바이키르히)’가 그린 '어부의 얼굴' 벽화그림 옆으로 아파트가 줄지어 서있다. 반듯한 네모 속에 또 칸칸이 네모난 창이 있으며, 그 안에는 또 네모난 방이 있을 것이다. 오른쪽으로는 해운대 마린시티가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작은 배들이 오가고 있다. 도시와 바다가 아주 조화롭게(?) 있다. 내가 서서 촬영한 위치에서 나는 친구들과 밀치회를 먹은 기억이 있다. 이 곳에서 회를 먹으면 다른 바닷가에서 느낄 수 없는 광안리만의 로컬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두번째영상은 그물과 광안대교가 함께 보이는 샷이다. 이색적인 샷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며 걷던 도중 그물이 눈에 띄였다. 그리고 그 뒤로 비치는 광안대교를 보니 왠지 모를 빈부의 격차가 느껴졌다. 화려한 대교 밑 그물. 뭔가 대조적이었다. '결국 인간은 자연 위에 올라서서 우리가 보고싶은 대로 보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전염병으로 인해 생각이 많아진 내가 인간의 존재를 돌이켜보면서 그냥 한번 생각해봤다.
세번째영상은 그림이 그려져있는 철판벽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 영상을 찍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아저씨가 비틀거리면서 계속 걸어오는데, 내 마음이 불안불안 했던 것이다. 아저씨가 지나가고 다시 찍을까 고민도 했지만 왠지 인간미가 넘치는 샷이 될 것 같아 그냥 찍어보았다. 바닷가 뒤로는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이 거리는 광안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거니는 곳이다. 아무래도 이 도로는 타지인 보다는 주로 지역주민들이 거닌다. 타지에서 오는 이들은 대부분 바닷가 근처에 있다. 해질녘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진 않았다. 아마도 모두 다 같은 이유일 것이다.
더 많은 영상들이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면 지루할 것 같아 영상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촬영한 영상들을 첨부하여 올려본다.
날것의 것들은 이렇게 업로드하고, 공연당일에는 편집본이 상영될 예정이다. 공연은 1/21 목 PM 7:30 유튜브채널 '바코피아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 공연을 통해 현악과 성악, 그리고 광안리의 향기를 전하려한다. 공연문의)070.8615.0910, @ho_ki_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