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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코 Aug 18. 2021

저, 괴짜를 좋아해요ㅎㅎ

주인장의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일기

저는 괴짜를 좋아하는 버릇이 있어요. 평범한 것은 멋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의식의 흐름은 제가 고등학교 때 피아노를 너무 잘 치고 싶어서 온갖 괴변들을 다 갖다 대면서 저만의 세계에 빠져있을 때 시작되었어요. 왠지 조금 이상하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습관이 20대 초반까지도 이어졌어요. 어딘가 모르게 특이하게 행동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피아노도 더 잘 치는 것처럼 보일 줄 알았어요. 이런 이야기로 오늘의 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오랜만에 굴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괴짜의 삶에 대해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답답한 요즘의 일상들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에요. 


이상한 사람인 척 흉내 냈었던 저의 어린 시절과 다르게 진짜 괴짜 음악가의 삶은 어땠을까요.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독창적이고 특이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굴드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그가 바흐 곡의 창의적인 해석자로 탄생하게 하는 명반이었어요. 굴드는 피아노 전공자들이라면 흔히 아는 유명한 연주자이지만, 음악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안 유명한 연주자 일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한 번 검색해서 그의 삶과 연주를 한번 감상해보세요. 흥미로운 시간이 되실 것 같아요. 


저는 바흐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었어요. 정형화되어있고, 규칙적이고 수학적인 음악으로 느껴져서 재미가 없었어요. 특히 바흐 음악을 암보해서 연주해야 하는 자리가 너무 싫었고요. 하지만 요즘은 바흐의 음악이 좋습니다. 그 이유는 정신없는 일상에 바흐 음악을 들으면 정돈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굴드는 바흐 음악을 정돈되지 않게 연주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조금은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정돈되어 있는 음악을 정돈되지 않은 느낌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유명한 음악가로 기록된다는 것이요. 그래서 굴드가 살아있을 당시에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었겠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명하면서 괴짜인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 뒷말들이 많이 따라다니죠. 그는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을까요. 온통 음악 생각뿐이었을까요? 남들이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는 얼마만큼 받았을까요? 그런 그의 일상적 고뇌들이 그를 성장시켜 주었을까요? 음악적으로는 성장하였지만, 내면의 고통은 그가 감당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었을까요? 


이러한 것들을 조금이나마 상상해볼 수 있는 젊은 시절의 굴드 영상이 있어요. 

굴드에 대한 영상은 수많은 것들이 있지만 인상 깊은 것이 있어 공유해 드려요. 


https://www.youtube.com/watch?v=n3XoAGxSLOo&ab_channel=MusicVideoVault


바흐의 Italian Concerto (BWV 971) , Presto (1959)를 굴드가 연주하고 녹음하여, 자신의 연주를 깊이 듣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진한 감동이 들었어요. 저렇게 옛날에 좋은 음질로 녹음이 된 것도 신기하고, 젊은 날의 열정적인 굴드의 모습이 현시대의 젊은 음악가들에게 깊은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해요.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은 대단하고도 신비로운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시공간을 초월한 영상물을 감상하고 있을 때면 과거와 교류하는 일이기에, 제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추리소설 속 한 장면인가?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저는 이제는 괴짜를 동경하는 시기는 지났지만, 괴짜든 아니든 어떤 모습으로든 사람이 각자 존재하는 나름의 이유는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제가 제일 평범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다 괴짜 같아요 ㅎㅎㅎ 이 사람은 이 사람대로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모습이 있는 거겠죠. 괴짜든 아니든 인간은 신기한 존재인 것 같아요. 모두가 다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니, 나와 맞는 사람과 모양을 맞추어 살고, 포용력을 더 늘려봐야겠죠. (좀 더 발전하고 싶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면요.) 


어쨌든 오늘은 굴드의 바흐 음악을 들어보세요.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바흐 음악을 연주하는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음악도 감상해 보시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의 유익한 일기는 여기서 마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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