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코 Oct 15. 2021

청춘한'끼'

커뮤니티 이야기

세상에는 많은 예술인들이 존재한다. SNS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각종 공연/전시 정보와 컨텐츠들이 넘쳐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배우들의 역할이 다 다르듯이 예술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클래식 음악 피아노를 전공했고, 내 나이 서른넷. 나에게 맞는 색깔과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학창 시절부터 크고 작은 무대를 서왔고, 클래식 음악 연주부터 가요반주와 성가 반주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피아노 음악이 필요한 곳을 메우고 있다. 현재 내가 운영하고 있는 공간, 라움 프라다바코에서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나와 나의 동료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평소에 이상적인 것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현실은 상상과 다르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예술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모여 마음껏 즐겨보자 라는 의도로 만든 커뮤니티 청춘한'끼'. 처음에 의도한 것은 단순히 자유로운 청년들이 모여 함께 밥 먹고, 웃고, 울고, 삶을 즐기며 공연/전시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2021 부산광역시 청년 프로그램 지원사업으로 운영된  라움 프라다바코 <청춘한'끼'> 로고

청춘한'끼'?

청춘한'끼'는 끼 있는 청년들의 모임이며, 한 끼 식사를 하며 청춘에 대해 논하는 모임이다. 함께 나누었던 수다들이 모여 공연과 전시가 만들어지는 희한한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개성이 강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서로 모르는 예술인들이 매주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한 가지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데는 당연히 어려움이 있다. 처음부터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아니고, 한계에 부딪혀 극복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기획했다.

 청춘한'끼'는 2021년 한 해 동안 총 4기수로 구성되었다. 한 기수당 멤버는 7명. 7명의 멤버가 7주 동안 서로 한 끼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예술분야의 패널을 초청해 또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쌓인 7주의 시간 동안 멤버들의 이야기가 담긴 공연을 마지막 7주차에 관객들을 초대해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4기수까지 끝이 나면, 마지막 12월에는 1,2,3,4기가 모두 모여 네트워킹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니까 28명의 멤버들이 따로 또 같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공연을 만들고 연출하는 것이다. 이 커뮤니티를 이끌어가는 운영진도 따로 있다. 현재까지는 총 3기까지 진행되었고, 4기를 시작하기 직전에 있다. 멤버 모집은 별도의 오디션 없이 선착순으로 모집했다. 이 프로그램은 부산광역시의 지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진행되는 과정 중 관계 속에서 복잡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구성원과 운영진은 모두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청춘한'끼' 2기 


매주 화요일 저녁. 


라움 프라다바코 공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수다 주제는 정해놓고 할 때도 있고,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할 때도 있다. 예술가 패널이 올 때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한 내용들을 주고받는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세상에서 흔히 얘기하는 중요한 점이나 득이 될 만한 내용들을 얻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그냥 청년들이 두런두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행위 자체에 초점을 두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다양한 직종의 청년예술가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는 자리 자체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나 둘, 삶의 짐보따리들을 묘사하다보면 위로와 격려가 오갈 것이고 그것이 우리가 다음 일상을 일어나갈 수 있는 자그마한 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 공간에서 청춘한'끼' 멤버들이 모이는 이 시간만큼은 어떠한 편견 없이, 예술 전공자와 비전공자로 나누지 않고, 정치성향과 종교 색깔과 상관없이, 각자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사람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예술 자체를 즐기고 싶었다. 무엇이 예술인지, 무엇이 품격 있는 예술인지, 무엇이 대중적인 예술인지, 무겁고 골치 아픈 생각보다는 그냥 예술 자체를 즐겁게 나누고 싶었다. 청춘도 예술도, 즐기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예술을 등급화하여 상중하로 나누고, 줄 세우고, 경쟁하며 즐기고(?) 있었다. 그것이 하나의 문화라면 (동요되지는 않을 테지만) 기꺼이 받아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청춘한'끼'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는 그냥 주어진 시간을 즐기는 것. 노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멤버들과 함께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관객에게도 우리의 에너지가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청춘과 예술은 닮았다.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다시 화요일 저녁이 다가온다. 


서로 편 가르기 하지 않는 세상에서 청년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밥 한 끼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세상이 오길 꿈꿔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 괴짜를 좋아해요ㅎㅎ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