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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코 Dec 02. 2021

우리가 해야 할 일

누가? #예술인 #생활문화예술인 #공간지기 #문화시민

불안정한 시기인 요즘 예술활동을 즐기기 위한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해졌던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경제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연주자와 관객들이 힘이 빠지게 되는 이 상황이 2년째 연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아주 잠시 활기를 되찾는 줄 알았는데, 다시 불안한 상황이 시작되려 한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사회 분위기를 현장에서 바로바로 체감한다. 대중들의 문화적 욕구들도 아주 가깝게 느낄 수 있다. 프라다바코 공간에서는 와인과 함께 즐기는 살롱콘서트가 메인 컨텐츠인데, 공연 중 맛있는 음료조차 먹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음악이 주는 힘은 실로 대단하기 때문에 살롱콘서트를 진행함에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마음 편히 즐길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 안타깝다.


요즘 부산 지역에 많이 생기고 있는 크고 작은 문화공간들은 소공연장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라움 프라다바코는 광안리 공간을 1호로 시작하여, 2호 서면, 3호 영도, 4호 분당까지 활동지역을 확대하였다. '프라다바코' 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운영을 지속해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미소를 짓고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우리 공간이 쓰일 수 있다면 참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 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화공간은 단순히 월세를 내고 유지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 안에서 어떤 사람들이 오고 가고 어떤 컨텐츠가 운영되며, 공간 밖 대중들과 얼마나 소통을 하며 운영이 되고 있는가가 공간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그 가치의 중요성을 모른다면 하나의 사무실을 가진 단순 세입자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문화 영역에서는 특히 더욱 그렇다. 공간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이웃들이 매겨주는 것이고,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진정성을 가지고 깨어있다면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 부분에서 하나의 공간이 이웃들에게 건강한 즐거움을 주고, 힐링의 장소가 된다면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활동들을 하고 있는 것이니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힘을 보태어 주거나 공간 주인이 열심을 다하여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 달려야 한다. 


하지만 이건, 참 어려운 일이다.


모든 것의 가치가 '돈'으로 판단되는 이 사회에서 문화가 주는 '가치'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일이 말이다. 

청년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부재도 이런 부분에서는 일맥상통한다. 문화예술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먹고살기가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가 '가치'와 '돈'의 연결고리를 연결하기 힘든 구조 속에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도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귀족들의 후원을 받아 활동하였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과거에도 그러했듯, 지금도 쉽지 않다. 예술행위는 국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위대한 힘을 가진 행위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예술의 가치, 문화의 가치를 인정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살아가기에는 답답한 것이 현실이다. 아이러니하다. 이런 복잡 다난한 것들을 매일 생각하면서도 공간을 확장하고 지속하는 이유는 이웃들과 좋은 기운을 나누고, 문화와 예술을 나누는 이 시간들이 우리의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문화와 예술이 죽어가는 사회가 아닌 더 발전된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꾸준히 문화, 예술에 대한 활동과 이야기들을 이어나가는 것. 

나의 시각과 관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을 

갖추는 것. 

예술가가 꿈인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그것은 돈이 안되니 하지 말라.'라는 소리를 하기보다 예술인으로 생존해나가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과 진로를 알려주는 것. (또는 함께 고민해보자라고 하는 것) 

예술인들이 창작활동과 설 수 있는 무대를 꾸준히 만드는 것. 

  

막막하고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함께 힘을 보태어 좋은 환경, 문화와 사회를 가지각색인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 만들어나가는 일은 의미 있고 재미난 일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기에, 슬프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에 매몰되어 한 없이 슬픈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헤쳐나갈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지고, 공간을 운영하며 최대한 재밌게 또 생동감과 활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성장하며, 친구들과 이웃들과 좋은 음악, 예술을 나누며 내가 해야 할 일과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본다. 언젠가는 나아져 있을 사회를 위해 :)  



라움 프라다바코에서 공연을 준비 중인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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