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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코 Jan 11. 2023

뻔한 스토리, 2023 MY LIFE !

나는 언제나 습관처럼 나의 이야기들을 기록해 왔다. 그리고 그 기록을 읽어주는 사이버상(브런치 사이트)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있어왔다. 그렇게 기록물들이 쌓여 독자들의 후원으로 내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0대, 20대에 내면적으로 폭발하여 학창 시절 음악공부를 하면서 겪은 분노가 섞인 생각들을 토해내듯 쓴 글들이 있다. 그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나에게는 많은 화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른여섯이 된 이 시점에서 돌이켜봐도 나는 내가 이해가 된다. 내가 나를 이해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이해해 주리. 살아있음이 기적일 정도로 괴롭고 긴 20대 사춘기를 보냈다. 담담하게 기록해 놓는 행위가 나를 정돈했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시간들이 숨 쉬게 했으며, 신이 나를 살렸다.      


요즘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를 보고 나서 ‘분노’라는 감정에 꽂혀 생각도 정리할 겸 노트북을 두드리게 되었다. 이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속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복수의 칼날을 갈거나, 연대하여 힘을 모아서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일상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출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까지. 그리고 아무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다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목소리가 작은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는다. 마치 더 글로리의 문동은이 겪은 학교폭력의 피해자 이야기처럼. 예전보다는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고 존중받는 세상이 되었지만,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렇다면 정의란 있는 것일까. 이 시대에서 정의롭다는 말이 무엇일까. 자신이 규정한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항하여 싸우고 결론을 짓는 일은 과연 정의로운 일일까. 그것을 이뤄내기 위한 과정 속에서의 또 다른 피해자는 없는 것일까? 그렇다고 무조건 침묵하고 인내하는 일은 정의로운 일일까?      


이런 생각들에 함몰되어 살았던 적이 있다. 요즘도 생각에 빠지지 않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견뎌내느라 예전보다 고민하는 시간은 줄었다. 요즘은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생각하는 ‘더 높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것’들이 인간다운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창조의 활력이 깃든 삶을 꿈꾼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내가 꿈꿔온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일들인데, 뭔가 더 하려고 하고 더 높은 곳을 가려한들 ‘더한 즐거움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한 번씩 생긴다.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일은 맞지 않는데, 그렇다고 매번 새로운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다.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에는 하기 싫은 것도 견뎌낼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


서른 살에 망미동에서 3평 남짓 나의 작업실에서 찾았던 행복으로도 앞으로의 내 삶을 이어가기에 충분한 에너지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규모가 확장되면서 더 행복해지기도 했고, 더 힘들어지기도 했다. 경험의 데이터를 비춰봤을 때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고,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거겠지? 그래도 나의 성향상 계속 전진할 것이고, 하는 일의 지경이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다.  20대 때 늘 장착하고 다녔던 ‘분노’의 감정은 순간순간 욱하는 감정으로 올라올 뿐 지금 나의 삶에 전체를 지배하고 있지 않다. 그만큼 성장했고, 성숙했다. 이 세상과 타인에 대한 기대감도 거의 없어져 상처받는 일도 많이 줄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였고, 이해되지 않는 것도 적당히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설득하여 나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도 생겼다.     


다른 사람의 시간도 내가 겪는 시간처럼 이렇게 흐르는 걸까. 왜 나에게는 이러한 마음의 평안함이 이제야 찾아든 것일까. 앞으로 겪어야 되는 일들은 어떤 일들일까. 


뻔하다. 삶이란 한 개인이 성장하고, 쓰러지고, 치유되고, 다시 성장하고, 쓰러지고 회복되는 것이 반복되는 어쩌면 단순하고도 뻔한 것이다. 겪어야 알 수 있고 겪어야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 잔인하고 무섭기도 한 것이 인생이지만, 겪으면 이겨낼 수 있고 겪으면 더 가볍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단순하고도 뻔한 것이기에 감사한 것이 인생이기도 하다.     


올 한 해 나에게 닥칠 수많은 일들이 뻔한 일들이겠지만, 당연한 일들은 하나 없는 소중한 인생의 한 해가 시작되었다. 뻔한 스토리, 2023 MY LIFE ! 잘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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