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함
하늘이 끝내주는 날이었다. 원래는 순천만을 가고 싶었는데 사람 많은 곳보다는 조용한 곳에서 침묵하고 싶었기 때문에 순천만은 다음번으로 미루고 여수에 있는 조용한 바다를 찾았다.
여수에 왔으면 엑스포 겉핧기라도 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그래야지."
그러고는 엑스포 쪽으로 향했다.
그냥 엑스포 안 주차장 한 바퀴 돌고 나온 것이 구경 끝이었다. 그다음, 오동도를 향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폭염에도 사람들이 떼 지어서 몰려다녔다. 그래도 공간이 넓어서 사람끼리 살이 맞닿는 불상사는 없었다. 성인 기준 800원을 내면, 꼬맹이 버스 열차가 있어서 오동도 내부까지 타고 갈 수 있는데 사람이 많아서 30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자의반 타의반 그냥 걸어가게 되었다. 살이 익는 것 같았다.
그래도 워낙 바다를 좋아하는 나라서 바다 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좋다, 좋다"를 수십 번 반복했다.
그렇게 오동도를 한 시간 정도 (참고로 주차비가 30분에 2천 원) 구경하고 나서 핸드폰에 있는 지도를 켜서 다음 장소를 물색했다. 오동도와 멀지 않은 곳에 신덕, 모사금 해변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유독 그 글씨가 눈에 뜨인 걸 보니 뭔가 강한 이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신덕으로 향했다. 정말 조용했다. 내가 원하는 그런 곳이었지만, 밤에 가면 정말 무서울 것 같았다. 으슥하다고 생각하니 마을회관에서 나오는 뽕짝 소리도 뭔가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한참이나 신덕 해변(아래 사진이 신덕 해변 일부)을 감상했다. 하늘에 새겨진 구름과 절묘하게 맞닿은 산봉우리, 그리고 바다 갯벌을 바라보았다.
참 꾸밈이 없구나.
꾸밈이 없는데도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자연의 자연스러움에 내심 부러웠다. 인간들의 편리나 관광객 유치 및 수익을 위해 만들어놓은 조형물, 건물, 대교 기타 등등의 것들도 아름답다.
하지만, 자연은 그대로의 것일 때 그 가치가 빛난다.
(문득, 현대인의 일상이 되어버린 성형수술이 생각나네. 개인의 만족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나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나름 만족하고 살아간다.)
이 세상은 외모, 부, 명예, 권력과 같은 것들을 중요시 여기지만 나는 그것이 삶의 목표가 될 수 있다거나 궁극적으로 쫓아야 하는 무언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삶을 보다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 부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그것들이 나의 편리함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행복을 결정지어 주지는 않는다. (다른 의견이 있다고 해도 존중한다.) 그런 것들은 모두 상대적이다.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자들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쫓기면서 살고 싶지 않은 거다.
오래된 친구가 나에게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친구에게 커피 한 잔 사줄 수 있을 정도,
내가 먹고 싶은 것들 사 먹을 수 있는 지금에 만족해.
행복해.
이 말에 격하게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소함의 즐거움을 느끼며 하루하루 행복하고 만족하면서 사는 거다. 친구와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 하면서 별일 아닌 것에 박장대소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거기에 만족하는 것이다.
진실과 진심이 통하는 자연을 닮은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