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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코 Aug 16. 2017

고양이

#아이코 이뽀라!

"옴마야.. 이게 뭐꼬?"


"아이코.. 이뽀라!"


출근을 하니, 직원들이 박스 앞에 옹기종기 모여 박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나도 냉큼 박스 앞으로 갔다. 박스 안을 보니, 하얗기도 하고 노랗기도 한 고양이가 새끼 6마리를 품고 있었다. 간 밤에 새끼를 낳은 것이다.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도 아니고, 밥 한번 챙겨 준 적 없는 고양인데, 어지간히 장소가 없었던 모양이다.  


"저것 봐라. 옴마 세상에. 저 꼬물꼬물 거리는 것 좀 봐래이."


꼬물거리는 새끼 고양이들을 보고 탄성 하고 있는 우리가 무서웠던지, 어미 고양이는 눈이 휘둥그레 져서 우리를 빤히 바라보더니, 밖으로 달아나버렸다.


"우짤꼬. 어미가 돌아와야 새끼 고양이들도 살 텐데. 그래야 눈도 뜨고 하는 거 아이가?"


사람 냄새가 나면 어미 고양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에 우리는 구석 쪽으로 박스를 옮겨 놓았다. 그리고선 어미 고양이가 빨리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에 간식을 놓아주었다. 이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행여나 어미가 없는 사이에 새끼 고양이들이 숨을 멈추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어미 고양이를 기다리며, 새끼 고양이들이 숨을 쉬나 안 쉬나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새끼 고양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부대끼며 아주 잘- 있었다.


중간중간 우리는 교대로 고양이에게 가 보았다. 간식이 점점 사라지고 새끼 고양이도 하나씩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어미 고양이가 나타났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 나는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다 나무가 겹겹이 쌓여 있는 곳 틈 사이에 어미 고양이의 강렬한 눈빛과 마주할 수 있었다.


"난 널 해치지 않아.. 그렇게 쳐다보면 무섭잖아.."


그렇게 고양이는 우리와 한 식구가 되었다.


광복절을 기념해서 이 어미 고양이의 이름은 광복이가 되었다. 사장님은 광복이가 걱정되어 퇴근하시고 밤에 다시 광복이를 챙겨주러 오셨다고 했다. 광복이와 광복이 새끼들이 튼튼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왠지 모르게 광복이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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