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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코 Dec 16. 2017

도서관

수다거리

당신의 삶을 기록하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by 로제마리 마이어 델 올리보



1
 매일 아침 8시면 출근을 하던 생활이 끝이 난 지 이틀째다. 이제 늦잠 실컷 잘 수 있겠지 하고 좋아했는데 막상 일을 그만두고 나니 매일 일어나던 시간에 눈이 떠진다. 덕분에 오늘 아침 일찍 도서관을 나섰다. 사람들은 참 부지런히도 사는구나. 주말인데도 책을 겹겹이 팔짱에 끼고 도서관을 드나드는 사람들. 그리고 떡 진 머리와 터실터실한 입술을 손으로 매만지며 글을 뚫어져라 보는 사람. 누가 봐도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나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대학시절 장학금을 받기 위해 도서관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책을 보고 글을 적어내려 나갔었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공부는 참 하기가 싫었는데, 나 혼자 하는 공부는 언제나 즐거웠다. 가만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생김새나 움직임을 관찰하며 혼자만의 상상에 빠지는 것. 혹은 소설을 읽으며 그 세상에 온전히 빠져있는 것. 들뜬 마음으로 음악 관련 서적과 수필집을 빌렸다. 책장 앞에 서서 손에 오래 잡고 보고 있었던 책들을 위주로 빌렸다. 그렇게 욕심나는 대로 손에 잡기 시작하니 8권이나 되었다. 그동안 책이 많이 보고 싶었나 보다. 책 볼 시간도 체력도 없었던 요사이 몇 개월 동안 나는 무엇 때문인지 알듯 모를 듯 지쳐있기도 했다. 이제 나에게 온전히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글을 쓴다는 것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것과 비슷하다. 당장의 한두 번의 끄적거림으로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꾸준함과 영감이 필요하다. 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한 권의 책도 탄생했다. 적은 양이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참 할 말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떠들어댈 수 있는 상급의 수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하급의 체력을 가지고 있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다 떨려고 책을 읽나 싶기도 하다. 도서관에는 온통 수다거리들이 널려있다.
 
2
 요즘 쓰고 있는 '쌍년'이라는 소설은 내가 쓰고 있는 첫 소설이다. 평소에 상상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한다. 주로 베르베르 소설을 많이 읽고 자랐다. 중학교 때 어울렸던 친구들이 나에게 그랬다. 평소에는 자기들이랑 잘 놀다가 갑자기 시험기간만 되면 내가 사라졌다고 한다. 근데 돌이켜보니 나는 시험공부를 한다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 시간을 방해받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중2 때였나. 도서관을 오가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내용이 너무 신기해서 밤에 잠이 들기 전 개미가 되어 상상하며 잠이 들곤 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소설 속의 이야기를 다시 나만의 방식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혼자인 시간이 많아졌다. 피아노 연습도 혼자, 독서도 혼자. 그렇게 혼자인 시간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 시간들은 어쩌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시간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는 그 필연적 시간들에 무책임해지는 내가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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