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입은 하루라도 쉴 날이 없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그들의 오른쪽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손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고 계이름을 외친다. 처음 시작하는 모든 것에 쉬운 것은 없다. 하물며 시작한 지 15년이 훌쩍 넘은 나도 아직 어렵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그 배움의 과정이 무겁지 않고, 재밌었으면 하는 마음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에 옮겨본다. 우리가 울고 웃는 까닭의 대부분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는다. 그런 사소한 것의 힘을 믿는 사람을 발견할 때면, 은근히 어딘가가 통하는 느낌에 반갑다. 어린아이에게도 느낄 수 있다. 나는 공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사교육 중에서도 예체능계 종사자이지만 이를 중요하지 않은 교육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래서 조금은 아이들의 교육에도 애착이 있는 편인데, 요즘은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이유는 사람 간에 지켜져야 할 기본적이고 사소한 배려들이 점점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이 상처는 깊게 베이지는 않지만, 밝은 대낮에 눈 밑 다크서클이 생겨나게 한다. 그 상황 속에 수동적으로 그저 놓여있는 아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정신없을 수밖에 없는 어른들의 일상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안다. 남편과 아이가 없는 나조차도 지인에게 일일이 안부전화를 묻는 시간이 줄어든지 오래다. 스마트폰 속 게임 캐릭터와 함께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의 외로움의 불씨는 소리 소문 없이 주변으로 번져나간다. 음악으로 그 불씨들을 없애고자 각종 재미난 일들을 만들려고 내가 가진 잔 재주들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그 노력들은 결국 나의 마음에 있는 부정적이고 불안한 불씨들을 잠재워준다. 내가 먼저 꽉 찬 사람이 되면, 그런 에너지가 내가 수업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피아노 선생님으로 유명해지는 것은 저명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일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에도 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보다 재밌고 편안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저 그런 선생님은 되고 싶지 않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나에게 펼쳐진 다양한 진로가 있었지만, 내가 결국 택한 직업은 몸뚱이의 절반은 피아노 선생님 때로는 피아니스트, 그리고 나머지는 일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이다. 나 같은 보통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미소가 끊이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요즘 나는 유튜브를 본격 시작했다. 나의 피아노 음악과 레슨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늘 꾸준히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에 대한 속도보다는 방향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나 같은 프리랜서는 수입이 발생하는 일과 발생하지 않는 일을 병행하며 균형을 잘 맞추지 않으면, 공허해지기 쉽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천천히 꾸준히 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오늘과 내일의 경험이 쌓여 새로운 영감이 내 것이 된다. 그런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어딘가에 또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경험하고 부딪히는 나는 31살, 피아노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