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코 Jul 11. 2018

재미난 교육? 놀이?

#피아노

달콤광고아님 :)


 갑자기 날씨가 뜨거워졌다. 태풍이 한국을 후려칠 거라는 일기예보는 아슬하게 비껴나갔다. 하지만 언제 불시에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 쁘라삐콘인지 쁘라삐룬인지 그거 대신에 따가운 햇살이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찾아 나선 곳은 동네의 작지만은 않은 카페다. 나처럼 더위를 피해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인다. 저들은 저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 코가 석자. 쓸데없는 오지랖은 접어두기로 했다.

 나는 요즘 홀로서기 중이다. 예상치 못한 바람이 불면 스스로 머리카락을 잘 싸매야 하고, 땡볕에 쉴 수  있는 그림자 또한 직접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음은 인정하는 바이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한다고 생각할 때, 오류는 시작된다. 자만함은 조심 또 조심.

 작은 작업실을 구했다. 그곳을 꾸며 보다 건전한 방식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작업실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고민하다가 '예술 놀이터'의 느낌이 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흔한 네이밍이라 고민을 거듭했다. 오픈 전까지 언제든 네이밍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우선은 '야놀자'의 패러디. '예놀자' (예술아!놀자)로 정했다.  내가 이곳저곳에서 했던 수업 및 예술활동들을 모아 나만의 예술놀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피아노를 두고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재미난 것들이 많다. 우리가 피아노를 바라볼 때, 즐기는 목적보다 완벽하게 연주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넘어야 할 산으로 보고 있진 않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것에서 좀 벗어나고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희한하게도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보다 전공자들이 더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모순이 많지만, 이 모순을 보다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나의 움직임은 시작되었다. 

 당장에 주입식 교육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순 없다. 오랫동안 우리가 해온 방식이다. 제일 익숙하며 때론 복잡하지 않고 심플한 방식이기도 하다. 수능이라는 제도를 거쳐가기 위해서는 달달달달 외워야 한다. 수능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부분의 시험들이 그런 형식으로 되어있다. 학생 주도적 방식에 한표를 던지는 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교육 시스템에서 이 방식을 실현하기에는 꽤 많은 한계가 따른다는 것을 여러 활동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찌 됐든 정답이 없고 머리 아픈 얘기는 해도 끝이 없고,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예술이라는 장르를 접근할 것이다. 이때까지 해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어쩌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교육이 아닌, 놀이에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과 접목된 다양한 놀이를 통해 나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알아가는 것. 이 행위는 결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서는 안 될 튀는 행동이 아닌 '나'로 살아가는데 시작점이 되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임은 부정할 것이 없다. 예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주고 있다. 

-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한 곳에 오래 앉아있으니 팔다리가 서늘하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간사하다. 자리를 옮겨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31살, 피아노 선생님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