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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연 Dec 09. 2020

무지개 완장

EPL Rainbow Laces


2019년 12월 8일, 손흥민이 일을 냈습니다.

자기진영 페널티 라인에서 공을 잡을 때부터 느낌이 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센터 써클에 이르러 속도를 끌어 올리더니

모든 수비수를 뒤로 밀어내고 어느 순간 골키퍼와 일대일이 되었습니다.

오른발로 가볍게 툭! 득점에 성공합니다.

번리 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사람 모두 승리자였습니다.


<사진 : Inter Football 캡쳐> 주장 캐인 팔에 무지개색 완장이 있습니다.

원더골과 별개로 이날 경기에서 관심을 끈 게 또 있습니다.

양 팀 주장 팔에 채워져 있던 완장입니다.

처음 눈에 띄었을 때부터 ‘어라, 왜 알록달록하지?’ 궁금했습니다.

전에는 흰색이었던 것으로 기억됐거든요.

이 때 해설자가 설명을 합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고, 다양성을 옹호하기 위한 캠페인이랍니다.

epl 사무국과 클럽이 함께 진행하는 이른바 '레인보우 레이스(Rainbow Laces)'입니다.

무지개는 LGBT를 상징합니다.


찾아보니 2013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연말 어느 기간에 하는 것 같습니다.

주장완장 외에 운동화 끈, 전광판, 선수 교체판, 코너킥 깃대에도 무지개 엠블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매주 epl 경기를 챙겨 보면서 그걸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저도 참....


몇 년 전 영국 축구를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관중들이 “Stop Premier Greed!(EPL이여, 탐욕을 멈춰라)"라는 피켓시위를 했습니다.

클럽과 사무국, 그리고 몇몇 선수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동안

구장 시설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수준만 지급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직후였습니다.

하프타임을 이용해 관중들이 그걸 비판하고 나선 겁니다.

이번 장면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epl 모든 구성원이 나섰습니다.


우월한 취향과 선호가 있을 수 없습니다.

죄악시해야할 취향과 선호도 없습니다.

어쩌면 단순한 취향과 선호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국적이나 인종처럼 성적 취향도 누군가에는 선택할 수 없는 그 무언가일 수 있습니다.


요즘은 덜해졌지만,

아직도 많은 왼손잡이들이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눈총을 받았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오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건 여러 색깔이 경계 없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날 단풍산이 우리 마음을 잡아 끄는 것도 오만가지 색상이 섞여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나와, 우리와 다르다고 차별하고 혐오하고 억압하는 거.....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수라고 생각하는 나와, 우리도 어느 범주에서는 절대 소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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