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가고 가을 오고
소낙비가 내렸습니다.
한두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바로 주르륵 주르륵 흘러 내립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쏴' 하는 소리가 온 사방을 가득 채웁니다.
순식간에 모든 소리를 장악합니다.
대기를 가로질러온 비가 지구 표면과 만나는 소리입니다.
나뭇잎과 바위에 부딪치고 시냇물과 하나가 되더니 지붕과 요란한 인사를 나눕니다.
여름 소나기는 잠깐입니다. 금세 그치고 대신 안개를 보냈습니다.
창문 너머 직벽을 이룬 산을 배경으로 안개는 한여름 낮의 공연을 펼칩니다.
상하로 자유롭고 좌우로 무궁합니다.
나 하나 관객을 위해 정성을 다합니다.
그렇게 한바탕 놀고는 아니온 듯 사라집니다.
아쉬움 따위는 없습니다.
바깥 일을 마무리합니다.
비와 안개를 동무삼아 점심 밥을 먹었습니다.
조금 쉬었다 도시로 가야합니다.
갓 삶은 옥수수와 얼음 채운 커피를 곁에 두고 세상 편한 자세를 잡습니다.
안개는 갔지만 개울물 소리는 끝없습니다.
비가 내린 탓인지 창으로 넘어오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나는 도시로 떠날 준비를 하고,
벌개미취에 떠밀린 여름은 가을에 자리를 내줄 채비를 합니다.
* 동영상 볼륨을 켜면 날것의 비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