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마음으로 제작 지원을 준비 중이다.
공모의 당선 여부에 따라 1년 동안 내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다른 일들로 돈을 벌어야 할지 결정이 된다.
그 경쟁이 무섭다고 외면하기에는 너무도 만들고 싶은 것이 있고,
지원 없이 만들기에는 이렇게 일상에 몇 시간 겨우 짬을 내서 그리는 그림과는 다른 작업이
몇 년이 걸릴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포기하면 편할 텐데!
바짝 오그라든 마음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누군가와 비교되어야 하고 우선순위에 들어야만 하는 그 좁은 문 앞에서
잔뜩 겁이 나지만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도망도 못 치겠고
떠밀리듯 나아가는 시간 앞에 잠깐만 타임! 타임! 을 외쳐보지만
속절없다. 내 사정 따윈 봐주지 않는다.
길은 굳은 땅이 아니라 넘실대는 파도 같아서 어디까지가 내 의지였는지
내가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쓸려가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하며 우주가 돕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그래, 불안이든 공포든 마음은 마음의 일을 하는 것뿐이고
나에게 30년 가까이 할 일을 하고 있는 손이 있으니 손을 믿자.
내 등을 떠미는 그 손도 동시에 나를 받쳐주고 있음이니.
울지 말고 그림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