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글그림 Mar 12. 2023

231. 당면 과제










































난관에 봉착하면 역사에서 답을 찾는다.

그때와 지금이 결코 같지 않으니 그때의 답이 지금의 해답은 되지 못한다 해도

분명히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위안이라던가.


10대 시절 그렇게 아버지가 반대를 해도 그림을 그렸고,

20대 시절 그렇게 돈이 없어도 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며 계속 그림을 그렸고,

30대 시절 그렇게 몸이 아파도 아주 잠깐 그림이 미웠을 뿐 운동을 하면서 다시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간신히 그림으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데도 나를 받아주는 회사가 없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청와대로 간다는 심정으로

더 작정하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나 실컷 그리자 하고 들어간 학교에서 만든 작업들로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겼다.


그 뒤로도 빵 뜨지 못한 창작자로서 돈 벌기와 하고 싶은 작업 사이의 줄다리기는 계속하고 있지만

허투루 먹지는 않았던 나이테를 바라보며 그래 어지간해서 헤어지진 않겠구나 어떻게든 같이 살긴 살아지는구나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보다 잘 살기이지 어린 날처럼 영영 못 그리게 될까 봐 혹은 정말 포기해야 되는 걸까 하는 두려움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구직을 해야 하는 시기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게 좋을지 아니면 좋아하는 건 취미로 두고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게 좋을지를 많이 고민한다.

좋아하면 잘하게 되어 있어 라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나의 경우는 그냥 후자가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만 둘 수 없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할 수가 없었다. 그림에서도 좋아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회사를 다닐 때는 몸이 많이 아팠다. 꾀병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증상에 어떻게든 좋아하는 것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나에게는 생존이 걸린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그리고 이 문제 풀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일로서 그리는 그림 틈틈이 좋아서 그리는 그림을 그리며 어떻게 하면 이 둘 사이 간격을 최대한 좁힐 수 있을지 아주 긴 수식을 거쳐야만 풀 수 있는 수학문제처럼 혹은 수차례의 실험을 거쳐 어렵게 증명을 도출했지만 또 다른 변수가 닥쳐서 처음부터 다시 실험에 돌입하게 된 과학 문제처럼

어렵지만 꼭 풀고 싶은. 정답이 분명히 있을 것만 같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잘 풀어 갈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230. 우는 거 아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