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나의 움직임들

by E글그림









































무엇이 나를 지금 여기에 있도록 했을까.


내가 그림을 그리게끔 만드는 것은 감정이었지만 그 감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항상 동사와 만났다.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는 행복했다. 그러지 못할 때는 슬펐다. 몸이 아플 때도 그 통증보다는 그로 인해 좌절되는 것들에 대한 무기력함과 상실감이 더 큰 분노와 슬픔을 불러와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움직임이었고 그랬기에 움직일 수 있을 때는 최대한 버둥거리며 살아왔지만

그 모든 과정 속에 항상 있어왔던 가장 중요했던 움직임 하나를 알아차리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숨.

쉬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잔뜩 웅크려 겁을 먹고 눈치를 살피다 숨어버리기도 일쑤이지만

그럼에도 걷고,

꼭 쥐고,

쉬어야지.



쉴 때는 그냥 쉬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71. 볕 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