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치기 시작했고,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 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 박완서 작가님의 '호미' 중에서
나도 상전님을 모시고 산다.
분명히 밥 잘 챙겨 먹고 운동 꼬박꼬박 하는데도 또 아픈 데가 생기는 것이
나이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이런저런 대책을 강구해 보다 떠오른 것이 수면 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는 6시 즘 저녁밥을 먹이고 9시 즘에는 불을 꺼 버렸다.
그러면 아무리 뒤척여도 자정 전에는 잠들 수밖에 없었고
그런 환경 속에서 평상시라면 정말 잘 안 나아서 항상 애를 먹이던 내 몸도
신기하게 매뉴얼처럼 예정일에 맞춰 나아 아물고 무사히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그래 상전님을 위해서다. 아무리 심야 라디오가 좋고 밤에 그리는 그림이 달콤해도
상전님이 아프면 다 무슨 소용. 내가 다 포기하고 빵을 먹을 수 있는 자유 그거 하나 남겼는데
상전님 때문에 빵을 끊게 생겼지만 상전님에게 이 맛난 것을 다시 드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건강을 다시 되찾아 보자.
산삼이나 불로초를 구해다 먹여보자는 것도 아니고 정말 소박하게
12시 전에는 자기, 이게 뭐가 어렵니. 그러니 제발 한번 해 보자!
하고
이렇게
공개적으로까지 이야기하면
이번에는 정말 지킬 줄 알았는데.
1년이 지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
새해 다짐은 뭔가요 먹는 건가요.
이왕이면 빵처럼 맛있는 거였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