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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글그림 Apr 06. 2023

234. 행성 ASMR





































짙은 내향형 인간의 고독감은 아무리 사람을 많이 만나고 열심히 사회적인 활동을 하여도 어김없이 나의 작은 행성으로 돌아오게 한다.

무리 속에 있어도 혼자가 되는 기분은  나이를 먹는다 사라지지 않았고 다만 이런 감각들과 함께 사는 법은 조금씩 익힐  있게 된다.


감히 생떽쥐베리 선생님이 분명 나와 비슷한 심리적 유형의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하며 신분과 나이와 국경을 초월해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있음에 그리 외롭지만은 않은 것도 같다.


과거 그림에서 저 나무가 겨우 여린 잎 몇 장이 전부이던 앙상한 가지의 겨울나무였던 것을 기억한다. 어느새 두 팔로 안아도 다 안을 수 없을 만큼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나 준 것이 새삼스럽고 고맙다. 그 잎이 파란색으로 무성해지게 될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와 함께 자라나는 이 행성을 보살핀다.

혼자라는 것이 황량함과 이어질 이유는 전혀 없다.

어차피 누구나 고유한 개인이며 그 바깥에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전부인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이 지구상에는 나는 한 명, 나와 다른 사람은 전 세계 인구수 -1명일 테니까.

 

그럼에도 겉보기가 비슷하게 생긴 까닭에 나 말고 나처럼 두 발로 걷고 옷을 입고 말을 하고 글을 쓰며 사는 사람들과 비슷해지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 되기는 좀처럼 어려운 일이야를 깨닫는 순간 다시 나를 행성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듯하다.


요즘 이런저런 일들이 생각보다 버겁게 다가왔던지 거의 종교적 의식처럼 지켜오던 '할 일'들에 대한 믿음이 살짝 흔들렸었다. 쓰고 또 써내며 마음 청소를 하다 보니 '그래도 역시 이건 나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야'로 돌아온다. 

청소를 하고 나니 차 한잔 마실 여유도 돌아온다.


호로록. 호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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