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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글그림 Apr 13. 2023

235. 공감의 한계































집 앞 가로수가 벚꽃나무라서 해마다 별다른 노력 없이 꽃구경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은 피었고 꽃을 보러 꽃이 필요했던 벌보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단지 피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부럽기라도 했던 것인지

사랑의 근원을 쫓다 꽃과 사랑을 노래한 가사가 떠올랐다.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심규선 님이 부른 가사와 동일한 제목을 가진 노래의 한 대목이다.


꽃이 피는 것이 한철이니 한철을 사랑한다는 것은 꽃의 평생을 사랑해 주는 것 아닐까?

꽃의 입장에서는 영원한 사랑일 텐데 사계절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쉬워지는 그 한철을 지나며

은연중에 하게 되는 비교나 비유나 공감의 미끄러지는 이면에 헛헛해지는 마음을 느낀다.


그 무엇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을 텐데 

이 진실과는 영원히 일치할 수 없는 이해의 시도를 끊임없이 하게 되는 마음은 뭘까?


마음을 아는 것이 너무 어렵다. 타인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꽃의 마음까지는 언감생심.


그럼에도 무채색으로 뒤덮였던 겨울 다음에 드라마틱하게 화려한 색을 뽐내며 봄을 알려주는 이 꽃나무들을 사랑하지 않기는 더 어렵다는 것을 나도 쉽게 공감한다. 

어렵지만 하고 있고 받고 있고 해 줄 수 있다.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아서. 

한계가 있기에 더욱 노력하게 되는 그런 마음 아닐까?


어느새 꽃은 한철이라는 꽃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다 져버렸다. 

하지만 내년에 다시 또 화사하게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나도 또다시 예쁘다고 꽃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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