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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글그림 Apr 24. 2023

236. 누구를 위하여 그림을 그리나



































좋아하는 일이 일이 된 사람이 고민을 한다.

분명 똑같은 '일'이었는데 언제부터 이 일을 이렇게 고되게 하고 있는 걸까.

혹시 답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항상 명쾌한 지식을 품고 있는 사전을 뒤적여본다.


일 :

1.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의 대상.

2. 어떤 계획과 의도에 따라 이루려고 하는 대상.

3. 어떤 내용을 가진 상황이나 장면.

4. 사람이 행한 어떤 행동.

5. 해결하거나 처리해야 할 문제. 또는 처리하여야 할 행사....     - <표준국어대사전> 발췌



뒤로도 7가지의 뜻이 더 있다. 여기도 뭔 일이 이렇게 많은지.


분명 처음 나에게 그림 그리는 일은 무엇을 위하여가 아니라  자체가 목적인 아마도 4번의 뜻으로 그저   있기만을 바랐던 일이었다. 어떻게든 지속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1번의 뜻으로 넘어가버리게  상황이  문제의 핵심인  같다.


모든 일을 1번의 뜻으로만 하고 있지 않은데, 모든 일이 1번의 뜻처럼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돈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심보가 생겨버렸다.(어쩌다?) 돈이 목적이라면 역시 그림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했어야 했나 생각도 해본다.(이제 와서?)


처음 일러스트레이션 외주를 받아본 것은 2004년이었고 졸업을 한 뒤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를 하고 퇴사를 하고 다시 학교에 들어가 내 작업을 만들고 등등 알바가 아니라 직업으로서 애니메이터라고 소개하게 된 지도 어느덧 15년 차인데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 혹시 이게 아닌가 이 산이 아닌개벼 하면서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 결국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 자신에게 그래도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하늘에서 금도끼라도 떨어지길 바란다.


신이 보고 계시다면 부디 이 부족한 인간을 어여삐 여겨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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