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주말에도 비가 왔다.
막차를 탄 봄비를 바라보며 어느새 지나가 버리고 있는 1년의 한 분기를 돌아본다.
잘 걷기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재작년 봄이었고 벌써 2년째에 접어들어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옷을 챙겨 입고 나갈 수 있는 습관이 자리를 잡았는데
올해 봄부터 애쓰고 있는 글쓰기는 아직까지 덕더글 덕더글거리며 간신히 굴려가고 있다.
한 계절을 보내는 것으로는 아직 만들어지지 못한 글쓰기 근육에 대해 생각한다.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건만
한 단어를 쓰고 다음 단어로 이어가기까지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스페이스의 공백을 뛰어넘는 일은 무슨 내 몸무게쯤 되는 덤벨이라도 들어 올리는 것처럼 힘들게 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싶다가도 달리 요령을 피울 수 있는 방법은 또 없어 보여서
근육이라는 것이 원래 힘이 들어야 생기는 것이려니 그저 성실하게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나에게도 거침없이 타이핑을 칠 수 있는 튼튼한 근육이 자리 잡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얹고 본다.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한 문장이라도 쓰고 본다.
이 싫음을 뚫고 지나야지만 만날 수 있는 좋음들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에.
가랑비에도 옷은 젖는다.
이번 봄은 이렇게 지나가지만 계절을 두 바퀴만 더 돌려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침없이 나갈 수 있게 된 산책처럼 내 글쓰기 근육도 은근하게 단단해지고 있는 중일 것이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