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는 김예지 의원님의 연설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미운오리새끼와는 또 다른,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만났을 때 비로소 가장 멋진 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는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찾아보고 나서야 그 코이가 내가 어릴 때부터 익히 보아왔던 ‘금붕어’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웠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책이 있지만 그중 어느 것도 제목 없는 책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어떻게든 불려지게 되는 이름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그 이름에 원치 않는 역사가 쌓여 벗어던져 버리고 싶은 족쇄 같은 것이 되었을 테고.
누군가에게는 그 이름으로 하여 사랑하는 이로부터 유일무이하며 소중한 존재로 기억될 수 있었을 테다.
이름은 이름일 뿐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무게가 달려있다.
하지만 같은 제목의 책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인생책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고
또 다른 이에게는 냄비받침이 되어 결국엔 폐지 줍는 노인의 리어카에 탑승하게 되는 것처럼
제목은 제목일 뿐 그 책의 전부를 결정짓지는 못한다.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이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지고
내가 무엇이 되는지 아는 데에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것일까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어디에 물들고 싶은 것일까.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