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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글그림 Dec 13. 2023

248. 마트에 가면





















좋아하던 여름이 변해서 싫어하던 마트를 좋아하게 해 줬다.


나에게 마트란 너무 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필요에 맞는 물건을 찾아 가격과 형태와 내용을 따져가며 비교 분석 선택 결정까지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생각만 해도 피로해지는 곳으로 장볼거리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최소한의 시간 동안 머무르고 재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게 노력하는 일종의 던전(게임용어: 성채 등에 존재하는 지하 감옥)과 같은 곳인데 그런 마트를 좋아하게 만드는 여름이라니.


너무하네 싶은 여름을 지나 이래도 되나 싶은 겨울까지 오면서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운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따뜻한 것은 좋고 더운 것은 싫고 시원한 것은 좋지만 추운 건 또 싫다.

적당하길. 온도와 습도와 공기가 내가 생활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게 내 기분에 거슬리지도 않게 모든 것이 적절하길 바란다.


하지만 날씨가 그래줄리는 만무하다. 어디 한낱 인간의 바람 따위로 기별이나 끼칠 수 있을 것인가.

그나마 과학기술의 발달로 겨우 며칠간의 예측은 가능해졌지만 그마저도 빗나가기 일쑤다.

날씨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언제나 덥기도 하고 춥기도 했는데 그 과정들에 구분 짓는 이름을 네 개로 붙여놓고  무엇은 좋다 무엇은 싫다고 말하는 것이 사뭇 귀여워 보이지는 않을는지.


그래도 덕분에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는 여름을 지나 흰 눈이 소복이 쌓여 곳곳에 귀여운 눈오리들과 눈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 따뜻하고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가득한 마트에 놀러 갈 수 있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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