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중에 가장 좋은 끝은 여행의 끝이 아닐까.
시작할 때 생겼던 그 많던 걱정과 불안들이 끝에 도달하면 모두 안도와 성취의 기쁨으로 맞바뀌어 있다.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우당탕탕했던 추억들과 다시 현생을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까지 덤으로 받았다.
지나고 보니 다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 여행이라는 연금술이 마술사의 모자를 떠올리게 한다.
가시 돋친 장미꽃을 넣었더니 하얀 비둘기가 튀어나왔다.
어여쁜 하얀 새에 감동한 것도 잠시 새는 날개를 펼치고 푸드덕 날아가버렸다.
그래도 그 새는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그 과정을 지켜본 놀라움과 기쁨은 내 안에 잘 간직되어 있겠지.
돌아와서 일주일이 넘도록 시차가 있었다.
3년 동안 별 탈 없이 잘 자던 매트리스가 고작 일주일 묵었던 호텔의 푹신한 침대와 비교되어 유난히 딱딱하게 느껴지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 한밤중에 깨어서 여기가 스위스인지 한국인지 꿈인지 생신지 헷갈리기도 몇 번 하였다.
익숙하던 것을 익숙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여행이 부리는 마법.
더 이상 도망갈 데 없이 잔뜩 밀린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가기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마음만은 묘하게 다른 구석을 느낀다.
피로함 속에 언젠가 다시 한번을 바라는 들뜸이 생겼다.
다시 만날 해피엔딩을 고대하며 덥고 지치는 일상일지라도 오늘도 새롭게 시작한다.
끝이 있으면 언제나 시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