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이러다 다 죽어'로 떠들썩했을 때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나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앱을 깔고 가입 버튼을 누르게 한 것 역시 냉부해의 기억 때문이었다.
남들이 아무리 좋고 멋있다한들 모든 감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
타인의 평가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 순위와 우열을 매기게 되는 기준은 결국 내가 겪은 경험이다.
최현석 셰프님이 요리사보다 위에 있는 것은 재료라고 하셨지만 재료보다 위에 있는 것이 추억이 아닐까.
노래나 냄새도 그 순간의 장소와 사람을 불러와 좋고 싫음을 가르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실을 정지시킨 채 돌아가는 상념, 나와 그 추억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음식은 먹는다는 행위와 함께하는 감각이 그 경계를 무너뜨린다. 씹고 맛보며 소화시켜 자연이었던 대상과 내가 하나가 되는 과정 동안 과거와 현실 사이의 구분도 모호해진다.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있다.
유퀴즈에 나온 에드워드 리 셰프님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국의 식재료로 요리를 할 때면 기억에 없는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재창조해내는 느낌이라고.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판타지,
소중한 것과 연결되는 마법,
지금 이 순간에 있게 하는 연금술과 같은 요리.
그런 요리와 꼭 닮은 프로그램이었다.
뛰어난 출연진이라는 재료에 훌륭한 제작진이라는 요리사가 내놓은 최고의 음식 흑백 요리사.
생존하셨습니다. 제 마음속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