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해를 나타내는 동물들에 색이 붙기 시작했다.
닭이며 닭, 호랑이면 호랑이었지 어떤 색인지 까지는 모른 채로 띠로 돌아온 동물들을 기념 삼아 그리며 새해를 맞았었는데 작년 까만 토끼에 이어 올해 푸른 용을 그리고 있다 보니 변한 세월이 만져진다.
사람을 대충 네 부류로 나눠버리던 혈액형의 시대는 가고 16가지 경우의 수에 민감도에 따라 a냐 t이냐 하는 것까지 따지자면 32가지로 쪼개볼 수 있는 MBTI가 대세가 된 것처럼 해를 나타내는 방식도 십이간지가 아니라 육십갑자로 인식하기 시작한 세상에 살고 있구나 싶다.
사주나 명리학에 딱히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리며 먹고사는 그림장이에게 파란색과 용이 붙은 것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차갑거나 무겁거나 슬프거나 우울할 수도 있는 파란색이 뱀이 아니라 네발이 달리고 하늘로 승천하고 불을 뿜을 수도 있는 용과 만났다. 정적인 것이 움직이는 것에 그것도 거의 제트스키급의 파워풀한 엔진을 장착한 탈 것에 올라탄 것처럼 보인다. 파랑은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을까.
새해에 바라는 것이 단 한 가지라면 장점이 더 많다.
그 하나만 잘 해내는 것에 온 기운을 다 쏟을 것이고, 그 하나가 이루어진다면 올해는 잘 살았다고 뿌듯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 다른 바람들이나 성취는 모두 덤으로 느껴지기에 생긴다면 좋은 것이고 없다 해도 다음 해로 기대를 넘길 수 있다.
작년에 1순위였던 글쓰기가 올해는 덤으로 밀려난 것이 서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천천히 기다리며 선물처럼 찾아오게 될 성취들로 기대해 본다.
달력을 넘기고 올해도 좋은 일 행복한 일 가득하시고 꽃길만 걸으시라는 덕담을 많이 주고받았다.
하지만 누구나 안다. 사는 건 좋은 일이나 행복한 일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하는 마음이다.
한철 피고 지는 꽃이니 1년 365일 꽃길일 순 없겠지만 힘든 일 슬픈 일 어려운 일 다 있다 해도 올해 찾아와 준 파란 용처럼 모두 잘 태우고 승천하는 한 해 되시라고.
모두 용의 기운과 함께 잘 풀어나가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