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night Moment - 캐스커(Casker)
밤 11시 49분이었다.
진동과 함께 핸드폰에는
전 팀장님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다음날
두려움이라고 해야할까.
헤어짐이 그리고 맺고 끊음이 깨끗하지 못했었기에
머뭇머뭇거리다 전화를 걸었다.
'뭐하고 지내냐.'
'왜 연락안했냐.'
그리고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제대로 갖추고 전화드리고 싶다고 말하고
점심 맛있게 드시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아. 전화드리기 잘했다.
내가 그를 두려워했었고 힘들어했었던 것은
무엇때문이었는지 어렴풋해졌다.
시간이 지나면 이라는 말이 가진 힘.
너가 없으면 곧 죽어버릴것만 같았던
때로는 미치도록 원망했고 미안했던
풋내기 시절의 연애도
약간은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바래지지않은 기억으로 남았고
증오보다도 더한 말로
치부되었던 미운 사람들이
어느덧 내 마음속에서 누그러져 사라져갔다.
아 한없이 너그러워졌구나.
아니 내가 성장했는지도.
친한 친구의 진급소식을 들었다.
그 험난한 세상속에서 잘 살아가는 친구들의 얘기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그리고 질투가 아닌 진정한 축복을 빌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도.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그리움도 원망도
그리고
사랑도
삐죽삐죽 튀어나와있던 사람에 대한 기억들이
잘 갈고 닦아져
아름다운 원석이 되어가는 것.
그런 것이 아닐까.
믿을 수 없는 기나긴 밤의 여정속에 시들어 있던
내 마음도 어느새 편안해져
창문을 열고 달과별에게 입맞추며
숨막혔던 내 사랑 이제 편하길
너를 보내고 시간이 흐른뒤
조용한 한숨과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
내겐 오늘도 닫혀진 마음을 감싸안은채로
너를 그리워하는데 꿈속에서
난 적막한 도시의 차가운 거리를 혼자 걷고 있었지
이길 걸으며 떠오르는 우리의 모습들
이젠 나만의 기억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