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조각들 - 정재형
남자는 새로 오픈한 매장의 점장과 전화통화를 끝내고, 우연히 휴대전화 너머 소리를 들었다.
아마 그 점장은 전화가 끊어진줄로만 알고 있었는 듯 하다.
"아, 김태영씨는 정말 사람이 너무 좋아."
이 말이 낯설지는 않았다.
사람 좋다는말. 남자는 그렇게 인생을 살아왔다.
웃는 모습이 좋다. 사람 괜찮아 보인다.
그렇게 듣는게 전혀 나쁘지 않았기도 했었다.
조금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동네주민, 친척, 부모님이 해주던 그 칭찬들이 좋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더욱 잘보이려고, 한자를 외웠고, 공부했고, 노래했다.
그러면서 남자는 자신을 잊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좋아하는건 뭔지.
사람 좋아보인다는 말 안에서 그는 끊임없이 좋아보이기 위해서
정체를 숨겨왔었다. 그러면서 아에 잊어버렸다.
자신을 잊은체 살다보니, 연애도 쉽지 않았다.
좋은 사람으로 남기위해서 진실되지 못했다.
포장하기 바빴고, 때로는 거짓말을 했다.
그런 그 남자에게 한 여자가 나타났다.
이상하게 남자는 여자에게 투정부리고 싶었고,
싫은 티를 내고 싶었다.
그런 남자를 여자는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다.
"당신은 나를 솔직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 "솔직한게 뭔데요?"
"지금 내 모습."
-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남들에게 잘보이고 싶어하는 저 모습도 당신이고,
이렇게 투정부리고 질투하고 한없이 어두워지는 모습도 당신이에요.
나는 당신보다 당신을 더 부정하지 않았던것 뿐이에요."
남자는 여자의 말에 한동안 침묵했었다.
"나 당신한테는 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네요."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당신이에요."
수 많은 별들 사이에서 남자와 여자의 온기만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