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독수리

'우리 전북의 에닝요'

by Honey

K리그는 현재 각 팀 당 총 4명(아시아 국적의 선수 1명 포함)의 외국인 선수를 등록할 수 있다.

팀에 속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따라 시즌의 성적까지 크게 좌지우지되다 보니 네 자리뿐인 그 자리를 과연 어떤 선수로 채울 것이냐에 대한 각 팀의 고민 또한 시즌마다 매우 클 수밖에 없다.


K리그의 역사만큼 대단한 활약으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 또한 아주 많으며,

물론 지금도 각 팀마다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우뚝 선 외국인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대구FC'의 '세징야'선수처럼 7년째 한 팀에서만 뛰면서 기복 없는 꾸준한 실력으로,

팀을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또 그 1부 리그 하위 라운드에서 상위 라운드로, 또 그 상위 라운드에서도 더 우수한 성적의 팀들만 나가는 대회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에 FA컵 우승까지,

이 모든 기록들이 세징야 선수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 의견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할 만큼 팀의 상징적인 선수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도 대구 팬들은 오랜 농담처럼 대구FC의 홈경기장에 세징야 동상 하나 정도는 세워야 하는 게 아니냐며 입을 모으고 있으니 말이다. (분위기를 보면 농담이 아닌 것 같지만)


현재 내가 응원하고 있는 팀인 전북현대에도 2명의 외국인 선수가 있다.(본래 4명의 외국인 선수가 있었으나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영화배우만큼 잘생긴 일류첸코(독일과 러시아의 이중국적)는 FC서울로 팀을 옮겼고, 또 한 선수는 스스로 사라졌다..)

최근 페널티킥을 연달아 실축하며 팬들에게 눈물까지 보이게 된 구스타보(브라질)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요즘 제일 잘하는 바로우(감비아와 스웨덴의 이중국적)가 현재 팀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전에 팀을 거쳐갔던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훌륭한 실력과 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선수들이 있다. 아, 물론 '마르코스'나 '리치'나 '파탈루'처럼 "누구라고??" 반문할 만한, 얼굴조차 기억에서 희미한 선수들도 있긴 하지만..




실력으로 더 뛰어난 선수가 물론 있었을 테고, 각자마다 느끼는 기준도 다르겠지만 난 지금도 우리 팀의 외국인 선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바로 '녹색 독수리 에닝요'이다.

브라질 국적의 에닝요는 2003년에 처음 K리그와 만나긴 했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1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다 2007년, 다시 K리그의 문을 두드리며 만난 팀이 대구FC. 처음과는 다르게 두 번째로 만난 K리그에서 에닝요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기량이 한창 피어오르던 시기에 새로 만난 팀이 바로 '전북현대'였다. 2009년부터 전북현대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에닝요는 팀을 옮긴 첫 해에 값진 팀의 첫 우승과도 함께 했으며, 이후 더 물이 오른 공격력으로 모든 기록들까지 단숨에 갈아치우게 된다. 특히 30-30 클럽, 40-40 클럽, 50-50 클럽을 거쳐 60득점-60도움(60-60 클럽)의 기록을 달성하기까지의 이 모든 기록을 리그 최단 출전 기록으로 달성한 선수가 바로 우리의 에닝요였던 것이다.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던 2011년을 거쳐 2012년엔, 당시 최강희 감독님의 적극적인 추천 아래 대한민국 축가국가대표로의 '특별귀화'까지 추진된 바가 있으니 실력이야 논쟁의 여지가 없었으며, 물론 팀에 대한 애정까지도 아주 각별한 선수였다. (특별귀화는 심사요청이 기각되면서 결국 무산되었다. 당시 에닝요는 다리에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으며, 태극기가 그려진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뛸 정도로 K리그에서 뛰는 자부심과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게 각별했던 우리의 에닝요가 2013년 여름에 팀을 떠나 중국 슈퍼리그로 향했다.

서로에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이별이었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며 그렇게 서로의 앞날을 응원한 첫 번째 이별이었다.


그리고 그 이별의 시간은 길지가 않았다.

1년 반의 시간이 흐르고 에닝요는 정말 거짓말처럼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고,

당시 팬들은 돌아온 에닝요를 맞이하기 위해 현수막을 만들어 클럽하우스까지 직접 환영인사를 나가기도 했었다.


그런데..

더 거짓말 같은 일이 6개월 뒤에 벌어졌다.

전북에서의 화려한 복귀를 꿈꾸었던 에닝요가 자신의 실력이 전과 같지 않다고 느끼자 팀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해지를 결정한 것이다. 실력만으로 사랑받던 선수가 아니었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더없이 클 수밖에 없었다.




2015년 7월 8일 수요일,


우리의 '녹색 독수리 에닝요'는 광주전 하프타임을 통해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본인이 직접 쓴 편지를 장내아내운서가 대독 했고, 에닝요와 경기장에 모인 모든 팬들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린 그날, 서로가 '진짜' 이별을 했다..


다운로드 (5).jpg 광주전 하프타임에 작별인사를 건네던 에닝요의 모습, 에닝요도 우리도 눈물을 감출 수가 없는 날이었다.


지금도 간간이 SNS를 통해 전북에서의 시절을 추억하고 있는 우리의 에닝요,

우리도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고마웠어, 우리 전북의 에닝요!








<배경사진 출처-'연합뉴스' 기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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