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간절한 외침을 마지막으로 이벤트는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동국이형이 이번엔 볼을 잡지 않았다. 하지만 다섯 번째 볼 트래핑을 그냥 걷어내면서 결국 최종 개수마저 다섯 개가 됐고...... 하지만 객석에서 다섯 개를 외친 팬은 아무도 없었다.
계속 그렇게 잡아대던 그 숫자를 설마 하니 외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이걸 어쩌나 하는 찰나 진행자가,
"네~ 다섯 개~ 그럼 아까 가장 근사치를 말씀하신 일곱 개, 일곱 개를 외치신 분 앞으로 나와 주세요~"
나였다.
그 근사치 일곱 개를 말한 사람..
세상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는 무대 위에 올라갔고, 동국이형 옆에 또 나란히.. (심장아 나대지마)
경품은 당시 공인구로 쓰이던 '브라주카' 축구공이었으며, 나는 경품을 품에 안은 채 '냉큼 내려가야지'하던 순간에 갑자기 훅 들어온 진행자의 질문,
"어디서 오신 누구십니까?"
"대전이요, 네, 대전에서 왔는데.. 전북팬이네요"
"아, 대전, 그렇군요, 오늘 이동국 선수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오늘만 멋진 게 아니라 원래부터 멋있는 사람이죠"
(뭐 미리 준비라도 했니?)
"아.. 그럼 마지막으로 이동국 선수에게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해 주시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동국이형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지팡이 짚을 때까지 봉동에 계실 거죠?"
나의 물음에 동국이형은 대답 대신 밝지만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쩐지 이때 동국이형의 대답이 시원치 않더라니..)
내 마지막 멘트가 끝나자 진행자는
"자, 끝으로 사진 한 번 같이 찍고 가시죠"
라고 했고, 그래서 말했다.
"아, 아까 이미 찍었어요" 그러고는 호다닥..
진행자는 적잖이 당황하며 모든 이벤트를 마무리지었고, 나는 시상식 내내 동국이형 발끝을 거쳐 나에게 온 축구공을 얼마나 소중히 끌어안고 있었던지..
이날, 동국이형은 무려 3관왕의 주인공이 되었고, 우리 팀은 11개 포지션 부문에서 5개의 수상을 하며 우승팀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나면 축구공에 동국이형 사인을 받아가야지 했는데, 역시나 주인공은 여기저기 너무 바빴다. 그래도 다행히 감독님께는 인사를 드릴수가 있었고, 그래서 지금 그 브라주카엔 너무나 멋진 감독님의 사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시상식장을 빠져나오기 전, 안면이 있는 몇몇의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중 기자 한 분이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게 아닌가,
"역시 보통이 아니세요~"
"(?)"
해가 지면서 바람은 더 매서워졌고, 맨손의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기온의 서울 밤이었지만, 나는 그 축구공을 얼마나 애지중지 품에 꼭 안고 서울의 거리들을 다녔는지 모르겠다.
그 덕에 지금도 그때 그 브라주카는 우리 집 거실을 아주 잘 지켜주고 있다지..
그나저나 감독님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